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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Jun 18. 2020

10  어느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

별의별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이 사회적경제에 꽤 있습니다.



1

 

  오늘도 난 취업 커뮤니티를 방문, 정보를 성실히 수집한다. 왜냐하면 요즘 같은 시대에 정보는 아주 큰 힘이 되니까. 사실 이렇게 정보라도 수집해야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다.

  

  '뭐 좋은 곳 없나...... 돈 벌어야 하는데...... 응? 꿈의 직장에 취업하실 분?꿈의 직장 좋지. 읽어볼까.'


   "딸깍"




2


  안녕, 난 N이라고 해.


  요즘 취직하기 참 힘들지?

  가고 싶은 곳은 날 찾지 않고, 오라고 하는 곳은 내가 가고 싶지 않고......

  알고 있어. 네가 참 고생이 많다는 걸. 그래서 너에게만 특별히 '꿈의 직장'을 알려줄게.


  먼저 이곳이 왜 꿈의 직장인지를 말해줘야겠지? 이건 다 진짜야. 잘 들어봐.


  첫 번째, 이곳은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워.

  보통 출근 시간은 오전 9시,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맞지? 하지만 여긴 정말 자유로워. 이곳 사람들도 모두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일하기로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아무도 지키는 사람은 없어.

  늦게 출근하기, 일찍 퇴근하기 모두 다 가능해. 출, 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아. 뭐라고 할 수 없지. 모두가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걸.

  너는 어디 살아? 집이 멀어? 걱정 마. 너도 편하게 출퇴근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눈치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일주일만 지나 보면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거야.  


  두 번째, 이곳은 개인용무 시간을 무한히 제공해.

  근무 시간에 하고 싶은 개인적인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말이지. 누구는 학교를 가고, 누구는 미용실을 가고, 누구는 집에 자러 가기도 해. 넌 뭘 하고 싶어?

  근로기준법 상 휴게 시간은 4시간 일했을 경우 30분을 쉬는 것으로 알고 있어. 휴게 시간을 활용하여 개인용무를 볼 수 있지. 하지만 여긴 시간제한이 없어. 이곳의 개인용무법은 근로기준법을 상위해.

  '근무 시간 4시간당 휴게 시간 30분은 우리의 자유를 침해한다!'이것이 그들의 마인드야. 대단하지?


  세 번째, 이곳은 서류가 모든 걸 해결해.

  네가 실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보다는 서류가 중요해. 서류만 잘 적혀 있으면 그걸로 다 된 거야.

  엄청 편하지? 예를 하나 들어줄게. 여긴 지자체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진행해.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사람은 필수지? 사람한테 들어가는 돈이 꽤 크다는 말이야. 그런데 사람이라는 것이 변수가 많잖아? 온다고 해놓고 오지 않고, 중간에 휙 가버리고. 참 어처구니없을 때가 있지.

  하지만 상관없어. 예산대로 돈을 써. 돈 쓴 만큼 필요한 사람의 수를 확인해. 그 수에 맞게 사람들의 사인을 방명록에 써. 누가 쓰냐고? 네 오른손이랑 왼손이. 그럼 사람의 수에 맞게 제대로 예산을 사용한 것이 되는 거야.

  쉽지? 너도 할 수 있어. 서류는 고칠 줄 알잖아. 


  네 번째, 이곳은 갖고 싶은 물건을 줘.

  여기서 일하면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을 지자체 예산으로 임대비를 지불한 후 후 가질 수 있어.

  너 노트북 있어? 일하는데 노트북은 필수지. 만약 네가 노트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치자. 그럼 회사에서는 친분이 있는 업체에 미리 이야기를 하고, 임대비 명목으로 작성된 서류를 받은 후 예산으로 비용을 지불해.

  여기서 네가 지켜줘야 할 것은 단 하나야. 바로 임대 기간 동안 네 것처럼 노트북을 소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

  왜냐하면 임대 기간이 끝나면 정말 네 것이 되기 때문이지. 네가 일을 그만 두면 노트북은 어떻게 되냐고?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이야. 네가 대표하고 친하면 퇴직 선물로, 회사로부터 노트북을 받을 수도 있어!


  마지막 다섯 번째, 이곳은 13월의 월급이 수시로 있어.

  알지? 13월의 월급. 내가 말하는 건 연말정산을 해서 받는 돈은 아니야. 그럼 뭐냐고? 여기는 예산으로 사업을 한다고 했잖아. 예산을 부풀려서 쓰고 돌려받는 거지.

  잘 모르겠다고? 예를 들어 말해줄게. 행사를 하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해야 해. 포스터 제작 업체에 의뢰를 해야겠지. 그때 친분이 있는 업체에 맡기는 거야. 300만 원에 할 수 있는 작업을, 서류상으로 500만 원에 맡기는 거지. 그 업체에 500만 원을 입금하고 200만 원을 다시 받는 거야. 이건 상부상조가 잘 이루어지는 여기 조직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아마 13월의 월급을 처음부터 받을 수는 없을 거야. 너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너도 이 회사의 진정한 가족이 되면 받을 수 있게 될 거야. 가자마자 모든 것을 누리면 재미가 없잖아. 오래 회사를 다닐 수 있는 하나의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렴.



   어때? 진짜 '꿈의 직장'이지?

 

  '진짜 이런 곳이 있겠어?'라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데 진짜야, 있어. 내가 다녔었으니까.

  

  '이렇게 좋은 꿈의 직장을 왜 그만뒀지?'라는 질문도 있을 수 있겠다.

   꾸며진 꿈보다 정직한 현실이 좋아졌거든. 그래서 그만 뒀어.

   그게 무슨 말이냐고? 그런게 있어. 너도 겪어보면 알게 될거야.


  어쨌든 생각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미리 이야기해둬야 하니까. 그래야 그 사람들이 널 뽑을 수 있어. 여긴 이렇게 사람을 뽑거든.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것도 없어. 나한테 말만 하면 끝.

  

  결심이 서면 'odd.socialenterprise@gmail.com'으로 메일 보내. 기다릴게. 파이팅.




3


  '진짜 저런 회사가 있단 말이야? 메일 보내볼까? 요즘 하도 이상한 곳들이 많아서 좀 걱정되네. 에이,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보내보자. 혹시 알아? 내가 꿈의 직장을 다니게 될지!'


  나는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메일을 보냈다.

  

  하루만에 답장이 왔고, 삼일 후 나는 면접을 봤다. 그로부터 이틀 후 나는 꿈의 직장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N이 말한 그대로였다. 이곳은 정말 꿈의 직장이었다. 우선 13월의 월급을 받을 때까지 나는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다.

 

  아직까지는 N이 말한 꾸며진 꿈과 정직한 현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이곳이 마냥 편하고 좋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때까지는 몰랐을까.


  이런 꿈의 직장을 소개해준 N, 정말 고맙다.

  





  '어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메일을 보냈는지 확인해볼까.'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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