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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Jun 14. 2020

09  한 시간에 10만 원을 받는 사람들

사회적기업 X문가는 얼마를 받는 것이 적당할까?



1


  "오늘 토론회에 참석해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분들을 어렵게 모셨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신 분들에게 큰 박수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짝짝짝"


  썰렁한 토론회장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작은 박수 소리였다. U는 박수가 토론회장을 메우는 일에 동참하지 않았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렇게 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요. 제가 외국에서 유학을 갔을 때 말이죠......"


  '아, 저것들 또 시작이네.'


  U의 몸뜨거워졌다. 자기 자랑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사람들,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저 사람들을 도대체, 왜, 자꾸 불러서 쓸데없이 세금을 낭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U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토론회장 밖으로 나왔다.


  '지X하네!'


  '사회적경제 전문가 토론회'라고 적힌 배너를 발로 찼다. 분은 풀리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어디 신고라도 하고 싶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참았다. 


  그리고 무슨 사유로 신고를 한단 말인가.

  저 사람들이 전문가가 아닌데  자리에 참석했다? 저 사람들의 이력은 사업 예산 집행 기준을 충족했다. 저 사람들 성실히 토론회에 임하지 않았는데도 회의 참석비를 받아다? 사업 예산 집행 기준에 '전문가들의 성실성'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저 사람들은 사업 운영비의 기준 및 한도에 맞게 비용을 받는다.

   

  U가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분노하는 것뿐이었다.


  "쾅! 쾅! 쾅!"


  애꿎은 배너만 구겨져 갔다.




2


  U도 처음부터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수많은 토론회, 간담회, 교육, 워크숍을 찾아다니면서 '전문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이 점점 쌓여갔다. 토론회나 간담회의 청중에서 기획자로, 교육과 워크숍의 참여자에서 강사로, 세금의 수혜자에서 집행자로 활동하면서 전문가에 대한 실망은 U의 분노를 유발하는 동기가 되었다.


 '정말 저 사람이 전문가일까.'

 '저 사람은 또 무슨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고 돈을 받아갈까.'


  U이제 '전문가'라고 하는 단어를 듣거나 보면 의심부터 하게 . 약 2시간에서 3시간 후, U의 의심은  확신이 되고 분노가 된다.


  '들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만든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진짜 전문가들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없앤다. 저들은 X문가다.'


  개인 돈으로 저런 전문가들에게 돈을 주는 건  U에게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U는 개개인의 돈에는 관심이 없다. U는 공적인 돈이 저런 전문가들에게 쓰이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저들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1시간당 얼마를 받아가는지 알게 된다면 당신도 U처럼 분노할 것이다.

  

  U는 저들이 1시간당 최소 10만 원은 받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들이 강사로 왔다면 더 많은 돈을 받아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저들이 원한다면 교통비, 원고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20년 최저시급은 8,590원이다. 누군가는 최저시급과 비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쌓아 온 노력, 그동안의 경험을 감안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전문가에게 물어보자.

 

  "당신이 오늘 한 시간당 10만 원을 받아도 된다고 생각합니까?"

 


  

3


  U가 운이 없게도 이상한 전문가들을 많이 만났거나 너무 예민하고 분노가 많은 사람일 수도 있다. 전문가에 대한 열등감, 패배감,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많은 돈을 받아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유유히 돈을 받아 돌아간다.


  "후우......"


  U는 크게 한숨을 쉬고 다시 토론회장으로 들어갔다. 토론회는 끝났고 전문가들은 관계자들이 내미는 서류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저 사람들 예산 얼마 책정됐어요?"

  "2시간 지났으니 인당 15만 원, 교통비까지 해서 한 20만 원 정도?"

  "와...... 몇 마디 하지도 않고 20만 원? 이런 것 왜 하는 거예요?"

  "뭐 어쩔 수 없죠. 예산 써야 되니까...... 저라고 이러고 싶겠어요. 다 아시면서."


  사인을 하고 서류를 건네는 그들의 얼굴을 U는 주시했다. 그들의 얼굴을 기억해서 그들이 참석하는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 행사는 참석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감사합니다."

  "또 불러주세요, 선생님."


   U의 몸 다시 뜨거워다.


  "제가 나가서 배너 정리하겠습니다."


  U는 무표정한 얼굴로 배너를 찾아나섰다.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양심' 있는 '진짜' 전문가, 고니!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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