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지원은 그대로인데요, 이제 공짜는 없습니다. 전부 다 갚아야 합니다. 단 대출 기한이 길고, 이자가 아주 저렴합니다."
"공짜로 주는 지원은 없다는 것이잖아요. 그렇죠?"
"네, 그렇습니다. 이제부터 공짜로 주는 지원은 없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사회적기업에 대한 모든 지원은 대출이며, 받은 것들은 다 갚아야 합니다."
예비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기업을 위한 많은 정부 지원 사업들이 이제 공짜가 아님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일자리 창출사업, 전문인력 지원사업, 사업 개발비, 경영 컨설팅, 사회보험료 지원, 세제 지원, 판로 지원, 금융 지원 등 예비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기업이 되면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이제는 없다는 말이다.
위에서 언급한 지원 사업들 중 모든 것이 공짜인 것도 있었고, 일부는 기업이 일부는 정부 및 지자체가 부담한 것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들을 기업이 부담하게 되었다. 예비 사회적기업 및 사회적기업을 위한 공짜돈은 이제 없다.
소셜벤처 경연대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팀에게 주어지는 지원도 마찬가지다. 모든 지원이 대출이며, 그들에게 주어지는 공짜돈도 이제 없다.
2
"그럼 여기 있을 필요 없네. 다 나가자."
"공짜로 주는 돈도 없는데 왜 여기 있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자."
"우르르"
설명회 장소에 있던 사람들 중 2/3 이상이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지금까지 있었던 공짜돈이 없어진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공짜돈이 있는지, 공짜돈이 얼마나 있는지, 공짜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였다. 목적을 상실한 그들은 신속하게 설명회 장소를 떠났다.
3
"웅성웅성"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사회적기업 사업 설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짝!짝!짝!짝!"
"야, 뭐해! 이제 시작한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고 있어?"
"아, 아니야. 여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재밌는 생각을 좀 해봤어."
"무슨 생각?"
"사회적기업을 하면 주는 공짜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 있는 사람 절반 이상 나갈 걸. 너도 나도 나가고. 우린 사업은 하고 싶은데 돈이 없잖아."
"그래... 그렇지. 집중하자! 꼭 돈 받아서 사업하자!"
설명회 장소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자리가 모자라 서서 듣는 사람, 바닥에 앉아서 듣는 사람도 꽤 있었다. 올해도 공짜돈으로 사회적기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이왕 공짜로 주어지는 돈. 내가 받아서 사회적기업을 잘 운영해야지!'
O는 누구보다 볼펜을 꽉 쥐었다.
O가 공짜돈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이곳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O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공짜돈을 몇 번은 받아본 경험자이기 때문이다.
과연 올해 공짜돈을 받을 영광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공짜돈이 가득한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에는 대머리 독수리들이 모여든다.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