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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Aug 26. 2020

11  얘가 쏜데, 저녁 회식! 50만 원!

 청년 인턴이 사회적경제 선배님들께 쏩니다, 많이 드세요.




1


  "그럼 50만 원을 회식비로 쏜 거예요?"


  "하하하...... 네, 그렇게 되어버렸습니다."


  50만 원. 사회 초년생 월급의 1/4 이상이며, 괜찮은 방의 한 달 월세고, 나에게는 한 달 생활비이기도 하다. 이렇게 큰돈을 S는 저녁 회식비로 다 써 버렸다고 했다.


  내가 만난 사회적경제인들 중 가장 통 큰 사람으로 'S'가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2


  "저는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죠. 대학을 졸업할 무렵, 우연히 사회적경제 청년 인턴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고 첫 직장으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일을 한다면 자연스레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고 돈도 벌 수 있으니까요. 큰돈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경력을 쌓으며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곳을 가게 되었군요. 그런데 왜 벌써 그만뒀어요? 청년 인턴 계약 기간 2년 아니에요?"


  "네, 2년이죠. 저는 9개월 만에 그만뒀어요. 일은 괜찮았어요. 보람도 있었고, 배우는 것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일이 터졌죠."


  "무슨 일이요?"


  "일 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 청년 인턴 수기 공모전이라는 것이 있어서 도전했어요. 운이 좋게도 상을 받았죠. 상금이 50만 원이었는데 그 돈이 회사로 입금이 되었어요. 직장 상사가 회사 이름으로 나갔으니 회식비로 쓰자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죠. 그런데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인턴이니까...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아... 그렇게 해서 상금 50만 원을 회식비로 쏘게 된 거군요... 다 썼어요? 50만 원? 전부 다? 하나도? S 씨한테 안 주고?"


  "네... 저도 회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니까 어느 정도 회식비에 보탤 생각은 있었는데... 다 써 버릴 줄은 몰랐어요. 전부 다."


  "이야... 대단한 곳이네요. 아주  많이 너무 대단한 곳 같은데...  관련 기관이랑 이야기는 안 나눠봤어요?"


  "저도 좀 황당해서 수기 공모전 관계자들한테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게 또 와전이 돼서... 대표님이 상당히 불쾌하셨나 봐요. 상금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때부터 눈치도 좀 보이고... 이 일 이후로 회사에서 저를 대하는 것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그만두게 되었죠."


  "아... 네... 참... 진짜 별로네요, 거기. 어떻게 그런 짓을... 이런 말씀드리기 좀 그렇지만 잘 그만두셨습니다. 잘 준비하셔서 더 좋은 곳에 가시길 바랍니다."


  "하하, 네. 그러려고요. 그런데 제가 이상한 것 아니죠?"




3


  당연히 S는 이상하지 않다. S가 노력해서 받은 상금을 의논 없이 회식비로 다 써 버린 그 사회적경제조직이 이상하다. 나 같으면 회사의 이름을 드높인 S에게 상금 전부를 주는 건 당연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줬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이름을 널리 알려줘서 고맙다고 구성원들 앞에서 크게 칭찬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기업가들의 이상한 행동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 나의 선택을 칭찬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가? 어떤가?






  어딜까? 그 사회적경제조직?


  다른 청년 인턴들은 상금을 받았을까?

   

  궁금하다, 궁금해.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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