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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Feb 26. 2021

19  미쳐야 사회적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사람보다 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합격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


1


  "사회적기업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아이템으로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할 수 있나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하면 사회적기업이 될 수 있나요?"   


  2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의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아, 네. 이렇게 하시면 선생님도 육성사업에 참여하실 수 있고요, 사회적기업도 만드실 수 있고, 사회적기업가도 되실 수 있습니다."


  N은 '사회적기업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한 사람을 떠올린다.

  

  3년 전에 만났던 사회적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미쳐야 한다고 했던 그 사람을 말이다.




2

   

  "형,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도전하고 계신 선생님이 계시는데 같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어요. 계획도 있으시고 열정도 있으신데 2번이나 떨어지셨어요. 이야기를 나눠보면 저희가 도울 일이 있지 않겠어요?"  


  "그래? 2번이나 떨어지셨다고. 음... 2번이나 떨어지셨는데 우리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 음... 좋아. 우선 만나보고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N은 이렇게 대학원 동생의 소개로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분들. 여기까지 찾아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뭐 특별히 해드릴 것은 없고, 우리 저기 가서 막걸리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눕시다."


  언뜻 봐도 70세가 넘어 보이는 어르신.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시면서 우리를 막걸리 집으로 안내했다.


  "다 접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이렇게 선생님들을 만나서 용기를 얻습니다.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 같습니다. 한 잔 합시다."


  "아, 예. 반갑습니다. 한 잔 하시죠."


   막걸리를 마시면서 2시간 정도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70세가 넘은 어르신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 아이템에 대한 계획과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사업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까지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쉼 없이 쏟아내셨다.  


  "혹시 왜 떨어지셨는지 물어보셨어요?"


  "예...... 심사 결과가 그렇다고 했어요.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선생님이 생각하시기에 왜 떨어지신 것 같으세요?"


  "음...... 나이가 많아서 떨어진 것 같아요. 2번이나 도전했는데...... 마음이 참 안 좋았어요. 이 나이에 무슨 창업을 하겠다고 사람들이 비웃는 것 같기도 했어요......"


  "선생님. 제가 생각하기에 선생님은 나이 때문에 떨어지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육성사업에 대한 이야기에 저는 마음이 가고 참 좋은 아이템이고, 필요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심사하는 사람들이 판단했을 때 육성사업에 적합하지 않은 아이템으로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면접 준비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컴퓨터를 잘 못해서......"


  "맞습니다. 컴퓨터를 만지는 데 익숙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사업에 대한 생각과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계신데 컴퓨터로 표현할 수가 없어서 사회적기업가의 꿈을 펼치지 못하시는 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왜 서류로 1차 심사를 하고 PPT로 2차 심사를 하는지...... 저도 이 부분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 방식은 해가 지나도 바뀌지 않네요. 후...... 선생님처럼 생각과 역량을 충분히 갖고 계신 분에게 컴퓨터를 좀 다를 줄 아는 사람만 붙어준다면..... 그런 지원이 생긴다면...... 충분히 선생님의 창업 아이템은 빛을 볼 수 있을 겁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힘이 납니다. 한 잔 더 하시죠."


   "네. 좋습니다! 이번엔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3

   

  "그럼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N은 자신도 모르게 '우리'라는 표현을 썼다.


  "우선 미쳐야지요! 이 일에 미쳐야 사회적기업가가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N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7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의 입에서 사회적기업에 미쳐야 한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나도 사회적기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미쳐야 한다는 생각까지는 해본 적이 없는데......'


  "좋습니다! 우리 같이 미쳐봅시다!"


  "짠!"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고 몇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세 사람은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4


  "멘토님, 이렇게 하면 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참여해서 사회적기업도 하고, 사회적기업가도 될 수 있는 거죠?"  


  "아, 네. 맞습니다. 이렇게 하시면 선생님도 육성사업에 참여하실 있고요, 사회적기업도 만드실 있고, 사회적기업가도 되실 수 있습니다.


  "아~ 꼭 사업에 선정되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요,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방법이 육성사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업을 하시면서 예비사회적기업 지정도 받으실 수 있고 사회적기업 인증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지정 요건과 인증 요건을 갖추신 후에 지정과 인증 신청을 해주셔야 합니다. 지정과 인증 요건은 이러한 것이 있는데요......"


  N은 사회적기업가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만이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말을 꼭 해준다.


  자신의 앞에서 꿈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사회적기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미쳐야 한다 어르신이 늘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르신은 사회적기업가가 되셨을까?


  미쳐야 사회적기업가가 있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으실까?


  미치면 정말 사회적기업가가 될 수 있을까?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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