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닥터초이 Aug 25. 2023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서,

타인에게 나와 내 가족의 경제적인 부분을 기대기 싫어서,

감정의 소용돌이



| 언제부터였을까? 

그냥 막연히 회사를 때려치우고, 회사에 불을 질러 버리고, 회사 사람들에게 "난 그만 둘 거야! 이 노예 같은 새끼들아, 그렇게 열심히 하는척하면서 가짜 인생을 평생 동안 열심히 살아라!"라고 귀에 대고 속삭이거나,

 모두가 들으라고 소리를 크게 지르고 싶었을 때가? 모른다 그냥 매일이 그랬다. 아니다, 첫 출근 6개월은 안그랬던 것 같기도 한다. 아무튼 그래서, 짱구를 열심히 돌리기 시작했다. 좋은 말로 "구상"이라고들 하는데, 목적지도 온전치 않은 하얀색 백지에서 목적지를 점으로 표시할지, 뭐로 표시할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만두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 너도 그러겠지, 

너 또한 이런 반복되는 더러운 시궁창, 하수구 같은 냄새 나는 지긋지긋한 고리를 끊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한 다음, 휴대폰을 들어 평소 자주 접속하던 웃긴 글이 있는 사이트로 직행하거나, 카카오톡으로 빠져나가 2분 아니, 3초 만에 너의 크고 장대 했던 계획은 찰나의 순간에 아무것도 아니게 돼버렸겠지? 그리고, 이게 너무 많이 반복돼서 나라는 인간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며, 어떻게 바꿔야 할지 상상하다가 다시 카카오톡을 봤겠지. 이게 몇 번이나 반복됐지? 한 달 동안 변기에 앉아있을 때마다 그리고 네가 인지하지 못한 순간까지 계속 그대로 같은 걸 반복했겠지.  내가 그랬다. 그건 나였다.

아이들과 산책을 하다, 나무에 거미줄이 많은 걸 봤다. 깔때기 모양으로 거미줄을 쳐놓고, 입구에 뭐라도 걸리면 바로 튀어나오는 그 거미. 어릴 때 본 적 있지 않은가? 강아지풀을 입구에 대고 간지럽혀, 거미가 튀어나오면 내 손에 올라올까 봐 무섭고 걱정되던 그 짜릿한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어떻게 자극하면 거미가  튀어나올까? 그래, 초본 중에서 고르자 얇은 줄기를 입구에 대고 마치 내가 하루살이인 양, 서서히 그러나 패턴이 없게 흔들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 깔때기 거미가 쳐놓은 굴 안을 자세히 봤다거미가 없었고, 허물만 들어앉아 있었다. 


| 난 이날 알았다. 

나는 나인 척하는, 회사원인 척하는, 잘난 척하는 그냥 하루하루 그런척 괜찮은척 하면서 살아가는 허물에 불과 했다. 실제가 무엇인지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나는 허물 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거기 처박혀 있어도 되니까, 그냥 거기 안에는 모르는 사람들은 거미가 들어있는 것 같으니까. 난 대가리 속에 쳐박혀 있었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나? 큰 문제 없지 않나? 이따위 쓰레기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데, 애써 아니 애쓸 필요도 없이 아무도 모르니까 그냥 그러고 지내도 되니까.



여기 이 브런치에 작성하는 내용은 나와 내가 싸우는 내용이며, 

내가 하고싶은걸 하기 위해, 새로운것을 해보기 위해, 

안해본것, 하기 싫은것을 기꺼이 감내했던 지난날의 고통의 기록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