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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초이 Sep 08. 2024

월간 창업, 11월 - 퇴사

걸림 없는 삶을 살아라

창업? 왜 계획했나?


회사에서는 별일이 다 있다. 보통 일을 안 하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일을 열심히 하는 척을 한다. 내 직속상사라는 사람이 그랬다. 회장에게 보고하는 이메일 서두에는 "하기 과제는 XXX과장님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시작한다. 


왜? 뭐 하나라도 잘못되면 문책을 묻기 위함일 거다. 


그래야 자신의 유통기한이 1주일이라도 늘어날 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 내 눈에는 이미 썩을 대로 썩어서 냄새가 남에도 불구하고, 뭐 그렇다 회사라는 게, 그리고 저러한 이메일은 꼭 밤 12시 넘어서 소주 한잔 걸치고 보내는 것 같다. 


시간은 12시가 넘어있고, 이메일 서두는 저딴 책임전가로 시작하며, 내용에는 "회장님........." 하면서 점의 숫자만큼 열심히 했다는 것을 어필한다.


 여기에는 객관성은 없다. 그냥 회장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게 다니까, 그러니까 진심이고 그런 건 저 너머에 있지도 않다. 아예 저의 자체가 유통기한 연장이다. 


왜? 창업을 계획했냐고? 난 회사를 3군데를 다녀봤다. 첫 번째 회사는 연구소장이 너무 멍청해서 크게 한판 뜨고 그냥 학교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 말도 안 되는 걸 자꾸 우겨대는 통에 그 사람 논문까지 찾아봤다. 잘난 척은 엄청나게 하드만, 건강기능식품회사에서 전혀 상관없는 전공은 벙커C유다, 그것도 석사가 끝이었다. 그런 양반이 내 박사학위 논문을 보고 자기가 틀린 것을 찾아주겠단다. 그 말에 앞에서는 네 헤헤하고 웃고 말았지만, 그날부터 죽일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곧 죽였다. 


대표한테 어느 정도 내 능력을 보여주고 연구는 이런 게 아니라고 못밖았다. 난 그 팀에서 나오게 되었고, 새로운 팀의 팀장이 되었다. 그 부장은 연구소장에서 팀장으로 강등되었다. 애석하지 않다.


두 번째 회사도 연구소장이 심하다. 얘는 정말 심하다. 나름 큰 기업의 연구소장인데 본인이 연구를 해서 연구소장이 된 게 아니라, 흔히 말하는 낙하산 그런 부류다. 


회장의 사촌이 교수인데 그 도둑놈의 제자다. 내가 왜 그 사촌을 도둑놈이라 부르는지 아나? 그 도적은 능력이 없어서, 내가 A4 한 장으로 써놓은 사업전략을 그대로 훔쳐다가 회장한테 보고한 도둑이다. 나이 60 쳐 먹고 그러고 사는 게 참 한결 같았다. 


물론 그날 바로 전화로 도둑놈이냐고 따졌다.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아무 일도 없었다. 원래 잘난 척 어스름 떠는 사람들은 잡아다 놓고 뭐라고 하면 무서워서 도망가는 법이다. 


이 회사는 내가 별도로 소설이라고 서두에 못밖아놓고, [치킨 프랜차이즈 전쟁의 서막, 계촌치킨]이라는 제목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 서두에는 "이 모든 내용은 작가의 대뇌 망상에 지나지 않으며, 이름과 브랜드명이 일치하거나 한다는 것은 모두 우연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써놓고 소설로 신랄하게 사회적 죽음을 가져다주고 싶다. 안동대 권교수야 너 죽기 전엔 나올 거다.


위의 증오스러운 문장과 창업이 무슨 상관인지 궁금할 텐데, 내가 저런 사람들과 부대끼며 밥을 먹고 이야기를 섞으면서 살기 위해 공부를 했던가? 누군가가 열망하는 취업이라는 것이 저런 작자들에게 "네네", "맞습니다", "네가 최고예요",라고 거짓말하기 위한 일인지 열망하는 그들은 알까? 그게 사회생활이라고? 너나 해라 그럼. 


난 못한다. 2022년에는 멍청한 이사가 갑자기 항암제를 개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구소로 가야 한다고 했다. 왜? 그 이사는 이사대우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고, 연구소장에게 잘 보여서 이사로 진급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그 이사는 2023년 이사로 진급했고, 진급한 이후 연구소장을 다피고난 담배꽁초처럼 던져버렸고, 뒤에서 욕을 해댔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서 연구소장은 4월에 죽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짓거리를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이사? 계촌의 연구소장? 중소기업의 연구소장? 걔네가 원래 그랬을까? 아니다. 그 새끼들도 나름대로의 찬란한 과거가 있었다. 

노가다 십장이 막걸리 한잔 걸치고 떠들어대는 것처럼 잘 나갔던 순간이 있었을 거다. 근데 그럼 왜 그렇게 됐냐고? 내가 어떻게 알까?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내적자아가 있었을 거고, 그 내적 자아를 외적자아가 삼켰을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난 그들처럼 되기 싫었다. 그래서, 막장에서 나왔다.


2022년 10월 본사에서 연구소로 왔을 때.


이 날 나는 현대바이오랜드에서 일하던 정 과장님이 생각났다. 정 과장님은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 전화해서 다짜고짜 물었다. 1) 창업한 이유와 2) 회사에서 준비했는지, 3) 준비한 것을 지금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정 과장이 말하기를 1) 창업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결국은 천정이 있다는 것으로 일축됐으며, 2) 회사에서 준비했는지에 대한 답변은 회사에서 준비하였으나 큰 의미가 없었다 이야기하였다. 3) 준비한 것을 지금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하지 않고 있다 하였으나, 향후 할 계획이라 이야기하였다.


여기서 나는 그만두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객관적으로 판단이 되지 않기에, 제삼자를 통해 다시 방향을 잡아보고자 하였는데 오히려 이것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게 되었다.


이때부터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 중 성공한 사람들, 실패한 사람들 어떻게 진행하였는지 궁금했다. 어떤 경험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알라딘에 가서 중고 서적 중 스타트업 책만 골라서 봤다. 그러다, 1인 비즈니스 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쪽 분야 책을 더 봤다. 그러다가, 인문학으로 치우쳐 보기도 하고, 세스 고딘의 마케팅류로 빠지기도 했었다. 

전자책을 제외하고 와이프가 정리해 놓은 것을 보니, 40권 정도 본 것 같다.


2023년 10월 1일 법인을 신청했다.

연차는 마이너스가 되었고, 생산일정은 다가오며,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2023년 10월 30일 퇴사를 결정했다.

와이프와 논의했고, 그 대화는 

나에게 "네 인생을 살라했다." "네 삶을 살라했다." "넌 잘할 것 같다"로 들렸다. 



2023년 10월 31일 퇴사를 이야기했다.

이제는 쓸데없이 일요일부터 회사를 간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며, 

누구도 보지 않을 검토보고서를 쓴다고 시간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창업? 가업을 이어받다.


내가 살던 수한마을 (출처: https://blog.naver.com/postcard9501)

함바집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함바는 건설 현장 안에 지어놓은 간이식당을 부르는 말로 일본어에서 유래하였다. 현장 식당, 건설 현장 식당 이라고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토목 공사나 광산 등지에서 등원된 노동자들이 숙식들 해결하기 위해서 임시로 지은 간이 건물을 함바라고 불렀다. (함바-위키백과 한국)


1998년도 초등학교 5학년 12살 때 대전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8살 때부터 마을 근처 레미콘 공장에 밥을 지어주는 속히 말하는 "함바집"을 하셨다. 조립식 건물이었고, 방 하나에 온 가족 4명이 다 같이 지냈다. 더블침대 매트리스가 바닥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책상이 하나 있었고, 텔레비전이 있었다.


그동안 모은 돈으로 대전에 2층짜리 건물을 사게 되셨고, 초등학교 5학년때쯤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지난 추석 때 하시는 말씀이 나와 내 동생의 교육 때문에 대전으로 간 것이라 하였다. 

 

대전에 이사 와서 부모님께서 운영한 식당

나의 오랜 기억 중 하나는 시퍼런 새벽에 잠에서 깨서 화장실을 가는데, 아버지께서 공사판 인부 같은 옷을 입고 새벽에 나서는 뒷모습을 보았다. 그때가 이사 온 지 한 달 정도 됐던 시점으로 기억한다. 


내가 전학을 왔을 때의 기분은 더 이상 밤에 들리던 소쩍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리지 않고, 집 앞 대로변에 차가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차갑지만 상쾌했던 기운을 가진 공기가 이내 둔탁해졌다는 느낌.

그리고, 초등학교까지 걸어서 갈 수 있다는 것. 책에서만 보던 육교를 처음으로 이용해 봤다는 것.

학교 친구들이 초대하며, 동호수를 적어 주었지만 동은 찾았는데 아파트는 입구가 3개라서 호수를 찾지 못했다는 것. 엘리베이터를 혼자 이용해 봤다는 것.

집 뒤에 있는 높은 아파트가 무너져서 내가 사는 2층짜리 주택을 덮칠 것이라는 이상한 생각.


이 모든 것으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아버지의 후줄근한 모습이 학교에서도 생각나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빠가 회사에 출근했어?", "그럼 양복을 입고 갔어?" 어머니는 양복을 입고 갔다고 하시더라, 참고 있었는데 눈물이 터져 나왔다. 

"엄마, 다시 장덕리로 가면 안 돼?" 어머니도 힘들었었는지 같이 울었다. 지금에 돌아와서 이야기를 해보니 이때는 장사가 정말 안되었다 한다.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오지 않을 때도 있고 하여, 주변 사무실 같은 곳에 아버지가 직접 찾아가서 점심 배달을 한다고 하고,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손님을 늘려갔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되어 그 자리에 30년을 있었다.


그렇게, 구천동 생고기는 그 자리에 30년을 있었고 23년 9월 30일 자로 폐업했다. 부모님께서 일을 그만두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버지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신 것이고,

두 번째는 어머니가 코로나에 걸려 심하게 아팠다는 것

그리고, 세 번째는 아들이 창업을 한다고 결심을 했다는 것


세 번째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내가 돈을 벌고 있으니, 자식이 돈을 못 벌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게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생각이 드는 것은..

나는 대학에 오래 있었다. 학부 4년, 석사 2년, 박사 4년, 해외 포스닥 1년, 국내 포스닥 2년, 연구교수 2년

15년을 대학에서 있었다. 당연히 모아둔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석사과정에서는 70만 원, 박사과정은 100만 원이 전부였으며, 해외포스닥은 3만 불/년으로 계약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국내 포스닥은 150만 원/월 뭐 그랬었다. 사실 돈이라는 것에 큰 관심도 없었다. 

나는 나 스스로 집에 의존하면 안 된다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뒤에 계신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의존을 했다. 결혼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의존을 할 수가 없다. 부모님께서는 이렇게 내가 오랜 기간 동안 미안해했던 의존이라는 것을 덜어 주셨으며 그것은 책임감으로 변하여 다시 내게로 왔다.


나는 이것을 가업을 이어받는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2023년 9월 30일이 폐업한 날짜이며, 내가 만든 법인이 사업을 개시한 날짜는 2023년 10월 1일이다. 식당이 폐업하는 날 손님들과 부모님이 느꼈을 그런 감정을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 따스한 감정을 이어나갈 것이다.


2023년 11월의 나에게


잡보장경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자기가 아는 대로 진실만을 말하며 

주고받는 말마다 악을 막아

듣는 이에게 편안과 기쁨을 주어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제 몸 위에 턱없이 악행 하지 말고 

핑계대어 정법을 어기지 말며 지나치게 

인색하지 말고 성내거나 질투하지 말라.


정의를 등지지 말고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이익을 위해 남을 모함하지 말라. 


객기 부려 만용 하지 말고 허약하여 

비겁하지 말며 지혜롭게 중도의 길을 가라 

이것이 지혜로운 이의 모습이니 사나우면 

남들이 꺼려하고 나약하면 남이 업신 

여기나니 사나움과 나약함을 버려 중도를 지켜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 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임금처럼 위엄을 갖추고 구름처럼 

한가로워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재물을 오물처럼 볼 줄도 알고 터지는 분노를 

잘 다스려라. 때로는 마음껏 풍류를 즐기고 사슴처럼 

두려워할 줄 알고 호랑이처럼 무섭고 사나워라.


때와 처지를 살필 줄 알고 부귀와 쇠망이 교차함을 알라.


이것이 지혜로운 불자의 삶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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