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환자들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판독한다. 흉부 엑스레이를 찍는 사진사가 되어 크게 소리친다. “숨 크게 들이마시고 숨 참으세요.”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환자가 묻는다.
“ 제 사진 잘 찍혔나요? ”
흉부 엑스레이는 심장과 폐의 그림자이다. 심장의 크기와 폐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심장비대, 심장 종양 및 폐 부종, 폐암, 폐렴, 기흉, 결핵 등을 의심한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은 그림자이기 때문에 정확한 병명을 알 수는 없다.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을 때에는 흉부 CT, 심장 초음파 등을 시행하여 정확도를 높인다.
환자가 말하는 사진 잘 찍는 방법, 예쁘게 찍는 법이 있다.
엑스레이는 날숨이 나닌 들숨이 찍혀야 한다.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야 예쁘게 나온다. 풍선이 빵빵하게 공기가 찬 경우와 쪼그라진 상태를 생각해보자. 숨을 내쉰 상태는 풍선이 쪼그라진 상태이다. 이런 상태라면 정상과 비정상이 좁은 간격에 혼재되어 있다. 반면 공기를 가득 머금어 풍선이 빵빵한 상태라면 정상과 비정상의 간격이 넓어져 있다. 병변이 보다 쉽게 보인다.
그대로 멈추어야 한다. 숨을 들이 마신 상태에서 참아야 한다. 움직임이 사라져야 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흔들리는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법은 없다. 이때 금속이 붙은 액세서리 등은 빼고 찍어야 한다. 특히 속옷 등에 작은 큐빅이 있을 경우 고스란히 사진에 찍히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기저 질환이 없는 젊고 건강한 사람의 엑스레이는 깨끗하고 예쁘다. 심장과 폐가 제 위치에 적당한 크기로 자리 잡고 있다. 폐와 심장 주변부에 이상을 느낄 만한 소견은 없다. 반면 고령, 가지고 있는 질병이 많을수록 흉부 엑스레이는 복잡해진다. 심장이 크고 혈관이 울퉁불퉁하다. 간혹 혈관 내 석회 병변이 발견되기도 한다.
지저분한 흉부 사진도 있다?
소위 지저분한 흉부 엑스레이도 있다. dirty chest라고 명명하는 흉부 사진은 주로 흡연자에서 관찰된다. 뚜렷한 병변은 없는 데도 전체적으로 폐 음영이 증가한 것이다. 흡연은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암, 폐기종의 발병에 잘 알려진 원인 인자이다. 흡연으로 인한 흉부 방사선 결과는 석탄 노동자의 폐와 비슷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흡연자의 대부분(74%)에서 흉부 방사선 촬영상 전반적인 폐 음영 증가가 관찰되었다. 흡연자에서 깨끗한 엑스레이 소견을 가진 사람은 소수였다. 또한 흡연량이 많을수록 흉부 사진이 더 지저분하게 찍혔다.
폐 음영이 증가해있다고 해서 당장 큰 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간질성 폐질환 중 하나인 호흡성 세기관지염을 앓고 있는 환자의 75%가 비정상적인 흉부 방사선 사진 소견을 보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흡연자들의 지저분한 흉부 방사선 소견은 그냥 가볍게 여길 소견은 아니다. 폐 사진이 지저분해하다는 건 추후 다른 질병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사진빨이다. 흉부 사진은 포토샵이 불가하다. 예쁘게 찍기 위해서는 장단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두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다.
첫째, 사진은 순간 포착이다. 사진 찍을 때 얼굴 표정을 잘 지어야 하듯,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찍을 때 숨을 잘 참아야 한다. ‘자, 찍습니다. 스마일’은 ‘숨 들이마시고 잘 참으세요.’와 같은 말이다.
둘째, 원판 불변의 법칙이다. 예쁜 애들은 어떻게 찍어도 예쁘다. 젊은것도 한몫한다. 기저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특히 담배를 많이 피우면 엑스레이는 지저분해진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빨을 잘 받으려면 금연이 필수적인 이유다.
※ 참고 문헌
· J KIRCHNER, et al (2012). The ‘‘dirty chest’’— correlations between chest radiography, multislice CT and tobacco burden. The British Journal of Radiology, 85 (2012), 339–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