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은 귀하다. 돼지의 삼겹살, 소의 치마살, 참치의 뱃살은 맛이 좋고 다른 부위에 비해 가격도 꽤 나간다. 한때 사람의 뱃살도 귀했다. 중년의 뱃살은 마음이 편하고 인심이 후하다 하여 인격과 부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없애야 할 것으로 박한 대접을 받는다. 뱃살은 대사 증후군의 유일한 증상일 수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의 시작이다.
뱃살에도 종류가 있다
복부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지방이 쌓여 있다. 피부 껍질 바로 아래에 있는 것을 '피하 지방'이라고 하고 복강 내 내장 사이에 자리 잡은 지방을 '내장 지방'이라고 한다.
피하지방
피부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몸 전체를 덮는다.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다. 뱃살뿐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팔뚝, 피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다. 생존에 필수적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가지고 있다. 영양분을 저장하고 지방을 합성하고 체온을 유지한다. 피하지방은 젊은 여성에서 많다. 살이 찌면 피하지방부터 찐다.
내장 지방
복강 내 내장에 찐 지방을 말한다. 직접 만지거나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내장 지방은 복부 비만을 의미한다. 내장 지방은 복부 미만 및 비만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진다.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의 주요 원인이다. 지방간, 일부 암의 위험이 증가하기도 한다.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 내장 지방은 위치 자체가 장에 가까이 존재한다. 따라서 쉽게 혈액에 녹아들어 간다.
피하 지방 + 내장 지방
물론 내장 지방과 피하지방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도 흔하다. 피하지방이 쌓이고 넘치면 내장지방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장 지방
복부 비만이 생기는 원인
1. 나이가 들어서
나이가 들면 지방 세포도 노화된다. 젊었을 때와 똑같이 먹어도 지방 세포의 지방 분해 능력이 떨어진다. 지방 세포가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부위가 복부로 나이가 들면 뱃살부터 찌게 된다. 여기에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도 한몫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감소한다. 기초대사량은 숨만 쉬어도 사용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말한다. 기초 대사량이 떨어져 에너지를 덜 쓰는 몸이 된다. 신진대사가 느려져 쉽게 체중이 증가한다. 특히 중년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에 뱃살이 찌기 쉽다. 폐경 후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지방의 분해를 촉진시키는데, 폐경 후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진다. 엉덩이나 허벅지보다는 복부에 지방이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젊었을 때는 엉덩이 허벅지 등의 피하 지방으로 골머리를 섞였던 여성들은 폐경 후에는 뱃살로 괴롭다.
2. 불량한 식사 습관
매일 마시던 달달한 음료
가당 음료는 하루에 딱 한잔만 마셔도 내장지방이 크게 증가한다. 미국인 1003명을 대상으로 가당 음료 섭취 빈도와 내장 지방을 측정비교하였다. 가당 음료를 많이 마실수록 내장 지방이 많았다. 가당 음료를 하루 한번 이상 마시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6년 후에는 내장 지방이 29% 증가했다. 이런 내용은 미국 심장학회 학술지에 1) 실렸다.
가당 음료는 설탕, 과당, 당시럽, 결정과 등 당 성분이 첨가된 음료를 말한다.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 스포츠 이온음료, 과일 주스, 커피우유음료, 전통음료 식혜 등 맛있는 음료수는 첨가당을 사용한다. 가당 음료가 뱃살을 찌게 하는 원인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당류가 많은 가당 음료는 맛과 고칼로리 이외에는 영양적인 이득이 하나도 없는 음식이다. 가당 음료 한잔의 칼로리는 120 Kcal로 한 캔만 먹어도 밥 1/3 공기와 맞먹는다. 칼로리는 높지만 포만감은 오래가지 못한다. 액체인 음료의 형태는 고형 음식에 비해 포만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음료를 먹어도 배가 고프니 또 다른 음식을 찾게 된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음료에 주로 들어가는 과당은 인슐린 저항성, 지방산의 합성을 촉진한다. 중성 지방을 증가시키고 지방간과 고지혈증을 유발한다.
트랜스 지방 바삭바삭 고소한 튀김, 과자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서
신발만 튀겨도 맛있다. 누구나 고소하고 바삭한 튀김의 유혹은 쉽게 물리치기 힘들다. 하지만 튀긴 음식에 많은 트랜스 지방은 분명히 뱃살을 찌게 한다. 트랜스 지방은 바삭한 튀김, 과자 등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기름이 많은 부위의 고기 (소고기)에 많다.
원숭이에게 6년간 인위적으로 트랜스 지방을 먹인 연구 2)가 있다. 수컷 아프리카 녹색 원숭이 42마리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동일한 칼로리를 제공받았다. 체중의 변화와 CT촬영으로 복부 지방의 정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트랜스 지방을 먹인 원숭이의 체중이 더 많이 증가했다. (7% VS 1.78%) 특히 복부 CT 상 트랜스 지방을 먹은 원숭이는 피하 지방에 비해 내장 지방의 양이 더 많았다. 뿐만 아니라 식후 혈당처리에도 문제가 생겼다.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해 식사 후 높아진 혈당이 계속 높아져 있었다.
정제된 탄수화물
밀가루, 국수, 흰쌀밥, 빵 등 정제된 탄수화물 함량이 높고 섬유질 함량이 낮은 식사는 뱃살을 증가시킨다. 285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3)에서 정제된 곡물은 복부 지방을 증가시켰다. 반대로 섬유질이 풍부한 통곡물을 많이 먹으면 뱃살은 줄어들었다.
정제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상승시킨다. 혈당 수치가 빠르게 상승하면 우리 몸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한다. 인슐린은 복부에서 높아진 포도당을 지방으로 저장하는 것을 촉진시킨다. 정제된 탄수화물은 고혈당과 저혈당을 오가며 혈당을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동시에 섬유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포만감도 적다. 식사 직후 배고픔이 자주 발생한다. 먹고 돌아서면 배고파지고 과식과 칼로리 섭취 증가로 이어지기 쉽다.
3. 술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내장 지방 축적 및 체질량지수를 증가시킨다. 특히 알코올 섭취 량(하루 2~3잔 이상)과 복부 비만과의 관계는 남성 4)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술은 가당 음료와 마찬가지로 칼로리만 높은 음식이다. 1그램당 7Kcal로 고칼로리 식품이다. 술과 함께 먹는 술안주도 문제다. 술을 마시면 칼로리가 높은 기름진 음식이나 건강에 해로운 간식을 찾게 된다. 술 자체가 식욕을 자극하여 과식을 유발하기도 한다. 술은 지방을 분해하지 못하게 한다. 지방의 산화를 억제하여 지방을 저장을 유발한다. 호르몬 문제도 작용한다. 알코올은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시켜 복부 지방 저장을 촉진한다. 동시에 음주 후에는 신체 활동이 줄어들고, 수면의 질이 떨어져 체중 증가를 유발하기 쉽다.
4.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어서
신체 활동이 적고 주로 앉아 있는 생활 습관은 내장 지방과 피하 복부 지방 모두의 직접적인 증가와 관련이 있다. 영국 미국인 유럽인 533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5)에 의하 매일 8시간 이상(수면 시간 제외) 앉아 있는 사람은 매일 4시간 미만 앉아 있는 사람에 비해 비만 위험이 62% 더 높았다. 움직이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칼로리 소비가 줄어들고, 신진대사 속도도 느려진다. 체내 높아진 칼로리는 지방으로 전환되어 뱃살로 간다. 여기에 구부정하게 배를 접고 앉아 있는 자세는 코어 근육을 약화시키고 결국 뱃살이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5. 스트레스, 잠을 잠 못 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을 방출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혈당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며 인슐린 생산을 증가시킨다. 높아진 인슐린은 결국 복부 지방을 저장하게 한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 칼로리 식품이나 단 음식을 찾아 위안을 받고 싶어 한다. 감정적인 식사로 과식을 하기 쉽고 이는 곧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 수면 시간과 체중에 관한 최근의 연구 6)에 의하면 수면 시간 8시간을 기점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할수록 내장 지방이 증가했다. 수면이 부족하면 식욕을 억제하는 뇌의 영역이 둔화된다. 식욕이 증가하여 과식하며 고칼로리, 고탄수화물 식품을 선호하게 된다.
결국 나의 뱃살을 키운 건
팔 할이 나의 습관이었다.
복부 비만은 나이, 호르몬 변화와 함께 나쁜 생활 습관이 누적된 결과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나이를 되돌릴 수는 없어도 생활 습관은 바꿀 수 있다. 내장 지방은 습관이 원인이기 때문에 습관을 바꾸면 된다. 위험한 내장 지방이 피하 지방 보다 빼기 수월하다. 피하 지방은 여러 노력을 기울여도 빼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수술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내장 지방은 외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 내장 지방을 빼는 유일한 방법은 먹는 것을 조절하고 적당히 운동하는 것뿐이다. 뱃살을 빼기 위해서는 습관을 수술해야 한다.
※ 참고 문헌
1) Jiantao Ma, et al. (2016) Sugar-Sweetened Beverage Consumption Is Associated With Change of Visceral Adipose Tissue Over 6 Years of Follow-Up
2) Kylie Kavanagh, et al. (2007) Tans Fat Diet Induces Abdominal Obesity andChanges in Insulin Sensitivity in Monkeys. OBESITY
3) McKeown Nicol M, et al (2010) Whole- and refined-grain intakes are differentially associated with abdominal visceral and subcutaneous adiposity in healthy adults: the Framingham Heart Study. The Ameria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4) Helmut Schro¨der, et al (2007) Relationship of abdominal obesity with alcohol consumption at population scale. Eur J Nutr. 46:369–376
5) Victoria E Bullock, et al (2017) Sitting time and obesity in a sample of adults from Europe and the USA
6) Panagiotis Giannos, et al. (2023) Shorter sleep duration is associated with greater visceral fat mass in US adults: Findings from NHANES, 2011–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