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그린 스무디 과일 야채 주스 독이 된다고?

과일, 야채를 갈아먹는 스무디는 분초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레시피다. 야채를 챙겨 먹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은 씹지도 않고 후루룩 마시는 스무디를 매우 사랑한다. 스무디는 바쁜 현대인에게 시간을 절약해 주고 야채 과일 섭취량을 채워주는 건강한 식단 중 하나다. 나 역시 시간이 없을 때, 하루 야채 섭취량을 채우는 방법으로 종종 사용한다. 하지만 스무디 예찬론자는 아니다. 선한 의도가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듯, 건강을 얻고자 했던 방법이었지지만 역으로 건강을 잃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신장 내과 의사로 콩팥이 망가진 환자들을 주로 본다. 대부분 고혈압 당뇨 때문에 만성 신부전이 진행한다. 하지만 때때로 소화 불량으로 먹었던 한약 때문에, 약초나 건강 보조 식품 때문에 만성 신부전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모두 건강하고자 했던 방법들이었다.

여기 고혈압, 당뇨를 진단받은 68세 남성이 있다. 최근에 혈당 혈압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건강해지고 싶어서 식단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야채와 과일을 갈아먹기로 한 것이다. 시금치, 근대, 브로콜리, 케일, 비트, 라즈베리, 블루베리 등을 넣고 갈아서 매일 1리터씩 마셨다. 그뿐 아니었다. 아침에는 오트밀과 야채를 점심과 저녁에는 시금치, 근대, 두부, 병아리 콩으로 식단을 꾸렸다. 간식으로는 호박씨와 잣을 곁들였다. 누가 봐도 건강한 식단이었다.

하지만 그는 건강 식단을 유지할수록 병들어갔다. 5개월째 구역, 구토증상이 발생했다. 체중은 4 Kg이나  감소했다. 병원을 방문한 결과 콩팥 기능이 5 ml/min로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급성 신부전이었다. 아프기 전 콩팥 기능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했다. (마지막 시행한 검사에서 콩팥 기능 사구체 여과율은 50 ml/min으로 정상보다 다소 떨어져 있었지만, 나이를 감안했을 때 정상 콩팥 기능에 가까웠다.)

신장 조직 검사 결과 급성 세뇨관 손상으로 옥살산 신장병증이 확인되었다. 망가진 콩팥 대신 혈액 투석을 진행하게 되었다. 1년이 지나도록 콩팥 기능은 회복되지 못했다. 이 환자는 2022년도 Nephrology에 실린 케이스였다.

그의 콩팥이 망가진 원인은 한두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첫 번째, 명백한 원인은 야채 과일 주스였다. 옥살산염은 야채, 과일, 통곡물, 견과류, 카카오 등에 풍부하다. 과량 복용 시 독성으로 작용한다. 콩팥에 해롭다. 그가 만든 주스에는 옥살산염이 상당히 많이 들어 있었다. 시금치, 근대, 비트, 라즈베리가 문제였다. 그가 먹었던 하루 평균 옥살산염 1500 mg으로 일반적인 식단의 약 10배였다. (옥살산염 1일 섭취 제한량 150 mg이다.) 믹서기로 갈아먹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양이다.

두 번째는 환자 개인의 건강 상태다. 옥살산이 풍부한 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경우 과도한 옥살산염은 콩팥으로 배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옥살산염이 배출되지 못하기도 한다. 여러 문헌에 의하면 탈수, 만성 신부전, 저칼슘 식단, 위 장 수술, 장 질환(크론병)으로 흡수 장애가 있을 때, 항생제 사용 병력이 있을 때, 지방을 배출해 주는 다이어트약 (orlistat)을 복용했을 때, 비타민 C 과도하게 복용했을 때, 옥살산 신장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먹었던 건강 식단 또한 원인이 된다. 그는 과일 야채 주스뿐 아니라 옥살산염이 풍부한 식단을 가까이하고 있다. 씨앗, 견과류, 통곡물 등이 그렇다.

그린 스무디로 콩팥이 망가진 케이스는 드문 일이다. 그렇다고 가볍게 생각할 문제도 아니다. 남들에게 일어난 일이 나에게, 그리고 내 환자에게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내가 스무디 주스를 함부로 권하지 않는 이유

1. 그것만 먹을 까봐

내가 만난 환자들 중에는 믿음이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몸에 좋다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 먹는 집념을 보이곤 했다. 스무디 주스로 콩팥이 망가진 환자들의 경우도 그랬다. 여러 문헌에서 보고하듯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무디 섭취는 누군가에게는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 몸이 아픈 환자들의 경우 그렇다.   

2. 무리할까 봐

믹서기로 만든 건강 주스, 스무디는 약이 아니다. 스무디 몇 잔으로 얻고자 하는 건강 효과가 나타날 리 없다. 스무디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후기는 심리적인 효과일 수도 있고, 스무디를 통한 과일 야채 섭취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 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원한다. 몸이 아픈 경우면 더욱 그렇다. 스무디 먹고 건강해졌다는 결과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좀 더 자주, 더 많이 먹어서 빠른 효과를 얻고자 한다. 무리를 하면 탈이 나고, 넘치면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3. 당신의 질병 상태를 알 수 없어서

만성 신부전, 당뇨가 있다면 (종류와 무관하게) 과일 야채를 갈아먹는 스무디 주스 섭취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만성 신부전의 경우 과일 야채를 갈아먹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과일 야채 속에 들어있는 풍부한 칼륨 때문이다. 믹서에 갈아먹으면 칼륨을 폭발적으로 많이 섭취하게 된다. 특히 만성 신부전 사구체 여과율이 30 ml/min 미만으로 감소되어 있는 경우, 고칼륨혈증을 유발한다. 이는 심장 마비의 위험을 높인다. 당뇨 환자의 경우, 스무디 주스에 함께 넣는 과일류가 혈당을 높일 수 있다. 빨리 마실 수밖에 없는 스무디 주스는 혈당을 급격하게 올린다.  

4. 당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스무디 주스가 콩팥을 망가뜨린데 주요한 원인이었지만, 이외에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함께 작용한다.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다이어트약, 비타민 C를 포함한 건강 보조제뿐 아니라 나도 모르게 먹게 되는 옥살산염이 풍부한 식단이 그것이다. 의외로 건강한 식단에는 옥살산염이 풍부하다. 초콜릿, 견과류, 통곡물, 두부에는 상당량의 옥살산염이 들어있다. 2019년도에 보고된 사례에 의하면 스무디 주스나 특정 음식이 아닌 건강한 음식으로만으로도 상당량의 많은 옥살산염을 섭취할 수 있었다. 논문에 보고된 환자의 경우, 옥살산염 수치가 높은 다양한 음식을 섭취하긴 했지만 하루 1~2인분 정도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합쳐 매일 1,500 mg의 옥살산염을 섭취하고 있었다. 시금치, 근대 등 녹색잎을 포함한 스무디 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옥살산염이 높고, 추가로 먹는 다른 건강 식단도 옥살산염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 당신이 하루 종일 무엇을 먹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스무디 주스를 함부로 권할 수 없다.

5. 씹는 능력을 줄어들까 봐

스무디에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한 끼를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이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빨리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씹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씹는 것은 건강한 습관 중 하나이다. 잘게 씹고 부수어 소화가 잘 되게 한다. 포만감이 높아져 식단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혈당 관리에도 유리하다. 많이 씹을수록 식후 혈당 상승이 억제된다. 저작 활동은 뇌 건강에도 좋다. 씹으면 기억력, 집중력이 향상되고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턱을 움직이면 뇌로 가는 혈류가 늘어나 많은 양의 산소가 뇌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씹은 운동을 하면 '파로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치매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 치아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식이 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씹는 과정에서 섬유질이 치아를 닦아 주고, 치간 사이에 있는 치태를 제거해 준다. 스무디 주스를 먹으면 음식을 씹어 먹으면서 발생하는 여러 건강 효과를 얻지 못한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인류의 턱은 작아지고, 치아는 퇴화하고 있다. 편리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한 덕이다. 스무디를 즐겨 마신 인류의 후손들의 미래는 턱과 함께 씹는 능력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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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디, 과일 야채를 믹서로 갈아서 먹는 형태는 쉽고 빠르게 많이 섭취 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무디를 모두에게 권할 수 없다. 무엇이든 적당히 먹고 맹신하지는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