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잘 먹고 있나요?
약 좀 잘 드세요.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 중 하나다.
의사는 약을 처방하고, 환자는 약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인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환자들은 약을 잘 먹지 않는다. 복약 순응도란, 처방받은 약을 환자가 정확하게 복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국내 보고에 따르면 고혈압약의 경우 절반(45~60%) 정도가, 2형 당뇨의 경우 32.6%만이 정해진 처방대로 약을 복용했다. 의사가 약을 처방해도 제대로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진료실에서 처방한 약을 꼬박 꼬박 먹는 환자들은 한 학급의 모범생 수만큼이나 적다.
쫓아다니면서 약 먹자고 달래주는 이 없는 어른들은 잘 먹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환자들은 말한다.
먹고 사느라 약 먹는 걸 깜빡했다 (44.4%)
약 부작용 때문에 (21.1%)
가끔 복용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12.6%)
증상이 좋아진 것 같았다 (8.1%)
약 먹는 것이 귀찮아서 (8.1%) 약을 먹지 못했다고.
- 복약 순응도 실태 조사 <환자단체 연합회>
모든 약은 약을 먹을 때만 효과가 나타난다. 건강이란 눈에 보이지 않고, 한두 번쯤 약을 먹지 않아도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
세상 모든 일은 모래알같이 작은 일들은 쌓이고 쌓여 하나의 큰 사건이 된다.
질병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시나브로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면 당연히 혈압과 혈당이 올라간다. 높은 혈압과 혈당은 증상이 없지만, 고스란히 나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 합병증이라는 화살이다. 고혈압, 당뇨 환자를 괴롭게 만드는 건 질환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합병증 때문이다.
높아진 혈압으로 심장은 심부전, 관상동맥질환이. 뇌혈관에는 뇌졸중, 뇌출혈이 발생하고, 콩팥은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한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은 경우도 다르지 않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향을 준다. 뇌혈관질환(뇌졸중, 뇌출혈)부터 눈(당뇨망막병증), 심장혈관 (관상동맥질환) 콩팥 (만성 콩팥병) 물론이고, 발끝 (당뇨병성 족부병변)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계까지도 손상을 입힌다.
이런 이유로 고혈압, 당뇨환자가 약을 먹지 않으면,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2배 이상 증가한다. 합병증 발생 및 사망 위험도 역시 2배 가까이 높다.
반대로 약만 잘 먹어도 고혈압, 당뇨로 인한 입원 위험이 감소한다. 혈압약은 당연하게도 혈압을 떨어뜨리고 뇌졸중은 30~40%, 허혈성 심장 질환은 15~20%가 감소한다. 당뇨 환자에서도 약만 잘 먹어도 당화 혈색소는 감소하고, 합병증과 사망 위험 역시 줄어든다.
고혈압, 당뇨환자를 예로 들었지만,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다른 만성 질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약 잘 먹는 것은 만성 질환 관리의 첫 걸음이다.
의사와 환자. 모두의 공동 목표는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병에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병에 이끌려 다닐 수는 없다. 어떤 질병을 내 통제하에 두고 싶다면,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일단 약부터 잘 먹어야 한다.
약 잘 먹는 것이 내가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고, 가장 작은 노력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w-NJYF2oBU&t=19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