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방문 전 알면 좋은 것들(1)
정신과는 다른 과와 확실한 차이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인턴이 끝나고 과를 선택 할 때 정신과를 선택하려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못 하는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겠다고 하지만 일부의 매니아 층은 있는 그런 독특한 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렇게 의견이 갈리는 이유가 의학 중에서 직관적이지 않은 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내과는 예전부터 육안으로 보고 청진, 촉진, 타진 등으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요즘은 대부분 피검사 등을 통해서 명확한 수치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다. 혈압은 얼마 이상이 되면 안되는지 혈당은 얼마 이하가 되면 문제가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수치가 제시된다. 평생 이과 공부만 해오던 의대생들에게는 이러한 명확한 수치와 기준들이 마음의 안정을 준다. 하지만 정신과는 그렇지가 않다. 물론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점점 더 객곽적인 지표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아직 혈당이나 혈압처럼 일반인들까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검사들은 없다. 전문가가 되더라도 대부분 환자, 보호자의 말과 나의 전문성과 직관을 믿고 진료를 해야하는데 이것은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 대부분의 이과생들에게는 크나큰 고역이다.
의대 생활과 인턴을 오랜 기간동안 거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도 그러한데 환자, 보호자들에게는 더 모호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누군가가 교통 사고를 당해 피가 나고 골절상을 당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피가 어디서 나는지 눈으로 보고 통증이 어디서 기원하는지 정확히 짚을 수 있다. 그리고 어제에 비해서 상처가 얼마나 아물었는지 통증이 얼마나 줄었는지 비교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눈에 아직 피가 보인다면 ‘더 치료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부위는 다치면 의사가 ‘부상 정도가 커서 8주간의 치료와 12주간의 재활 치료가 필요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이해가 되고 대부분 납득을 한다. 하지만 정신은 어디가 어떻게 심지어 어쩌다가 안 좋아졌는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에 대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얼마가 지나면 호전될지 앞으로 괜찮아질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도 감이 안 오는 경우가 많다.
잘 모르기 때문에 정신과에 오기 전에 한 두 번의 진료 만으로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약을 3-4일 정도만 먹고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그만 먹었다고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교통 사고 나서 다리가 부러졌는데 약만 먹고 3일만에 낫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는가? 그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심각한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이미 뇌의 신경이나 신경 전달 물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이 다시 돌아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호전이 된 이후에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다시 안 좋아질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다.
환자들에게 나는 정신과의 증상이 좋아지는 과정을 다이어트나 근육질의 몸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자주 비유를 한다. 우리가 며칠 했다고 해서 금방 몸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근육이 만들어지는 속도라던지 체중이 줄어드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식단 관리도 하지 않고 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몸이 좋아질 일은 없을 것이다.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적절한 수면을 취하고 운동을 하는 등 건강한 습관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만 좋아질 수 있는 것이다. 병원에 방문하고 약을 먹는 것은 치료의 일부이고 빨리 좋아지기 위해서는 본인이 채워야할 부분도 있다. 물론 정신적인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이것이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말처럼 잘 된다면 왜 정신건강의학과가 존재하겠는가? 최선을 다하지는 못하더라도 노력을 조금이라도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는 크기 때문에 주변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다 받아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이 되기를 바란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분명히 더 좋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