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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에서 행복으로 가는 길

정신과 방문 전 알면 좋은 것(2)

by 정신과 의사 Dr MCT

병원은 언제 가는 것인가? 보통 사람은 아플 때 병원을 간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기대하고 가는 것인가? 아픈 부위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다. 팔이 부러지면 다시 붙기를 바라고 속이 안 좋으면 속이 편안해지기를 바라고, 화상을 입으면 피부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간다. 팔이 부러진 사람이 치료를 받는다고 근육질의 팔을 가지게 된다거나, 속이 불편했던 사람이 치료를 받는다고 캡사이신 원액을 마셔도 문제 없는 위가 된다거나, 화상을 입은 사람이 치료 받은 후에 아기 피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고 그렇게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신과에 오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우울한 사람이 찾아와서 한두번 방문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약은 없어요?’라는 질문이다. 미안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약을 제외하고는 그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서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마약을 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이해한다. 사람이 마음이 많이 힘들면 어떤 것에든 기대어서 빨리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나도 해줄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해주고 싶다. 하지만 단기간에 마음이 힘든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어렵다.




나는 정신과에서 치료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재활과 운동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한다. 정신이나 마음보다는 훨씬 가시적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교통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병원에 가서 ‘다리를 낫게 해주세요’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의사는 여러 검사를 통해 진단을 하고 수술을 하든 깁스를 하든 치료를 시작할 것이다. 어떤 환자라도 치료를 받는 도중 ‘수술이 끝나고 나면 제가 축구 선수를 할 만큼 튼튼한 다리를 가질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치료가 끝나면 재활 과정이 필요하고 재활이 끝나고 나서도 이제서야 정상적인 기능으로 돌아온 것이지 그 이전보다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의욕이 없거나, 예민하다면 당신의 뇌에 상처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으면 처음에는 상처가 아무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에만 몇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면 그제서야 평소 당신의 정신건강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아프기 전 자신의 정신건강과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평소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불안해하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털고 일어났는가? 아마 그런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원래 인간의 마음은 나약하기 그지 없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뀔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하면 신체가 건강해지고 튼튼해지듯이 정신건강도 노력을 통해서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를 다니면 주치의와 계속 상담을 하는 것이 그런 과정을 단축시켜줄 수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잠을 잘 자고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등의 활동을 통해 정신건강도 더 튼튼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몸도 정신도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왕도가 없다는 것이다.




마음을 정확한 수치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나는 환자들에게 그때그때의 기분을 -10점에서 +10점 중 어디 쯤에 속하는지 자주 물어본다. 주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의 마음은 –인 상태인데 몇번의 진료와 며칠간의 약물 복용만으로 +5 정도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오는 분들도 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빨리 좋아지지 않는다고 한탄하거나 스스로 자책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럴 필요는 없다. 현대 의학의 기술로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빨리 치료가 되거나 건강해지는 것은 힘들다. 정신과의사로서 나도 정말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좋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본인도 좋아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분명히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 온다는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본인도 좋아지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분명히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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