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거식증(1)

정신과의사도 거식증은 두렵다

by 정신과 의사 Dr MCT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는 입원 병동 환자가 운명을 달리하는 모습을 안 봐도 돼서 좋겠다는 얘기를 할 때가 있다. 특히 내과나 외과 같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내 동료 의사들이 나를 놀릴 때 많이 하는 말이다. 나는 그러면 발끈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절반 정도는 그렇기 때문이다. 정신과 병동에서도 급박하게 환자의 운명이 촌각을 다투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신과 병동에서 환자가 정말 잘못될 것을 걱정하는 경우 중 하나는 환자가 병동에서 자살을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드물지만 사람이 죽으려고 굳게 마음 먹으면 얼마나 다양하게 시도 할 수 있는지는 정말 놀라울 지경이다. 또 다른 경우 중 하나는 섭식 장애(거식증) 환자들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이다.




내가 봤던 섭식 환자 중에 가장 BMI 가 적게 나갔던 환자가 167-8cm 정도의 키에 27kg 나가는 여환이였는데 이 환자는 정말 언제든지 운명을 달리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특히 이런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심장 마비로 죽는 경우들도 있는데 병동 안에 많은 정신과의사가 있었지만 다들 갑작스러운 심정지 등의 사고에는 경험이 많지는 않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 섭식 장애 혹은 거식증이라는 말을 미디어나 SNS 등에서 많이 사용해서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정신과의사에서 섭식장애는 정말 무서운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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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type=w1 섭식 장애에 대해 미디어나 뉴스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많은 연예인들이 거식증 혹은 폭식증을 앓았다고 이야기를 하고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며 비교적 사람들이 섭식 장애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이러한 증상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섭식 장애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것들도 많고 잘못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섭식 장애 환자에 대한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섭식 장애에 대한 이해가 다른 질환들에 비해서 늦은 것도 있고 한국에서는 최근에서야 이 분야의 심각도와 중요도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 접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인이 전문의 시험을 위한 스터디를 할 때 12명 남짓의 인원 중에서 섭식 장애를 전문으로 하는 교수님 밑에서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은 두 명 밖에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섭식 장애 환자라고 하면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보내는 정신과 전문의도 꽤 많이 봐왔다. 이로 인해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잘못된 치료를 받아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정신과의사들도 어려워하는 질환 중에 하나이지만 다른 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들어가면 분명히 호전이 가능한 질환이다. 혼자의 힘으로는 좋아지기는 힘들지만 주위의 도움, 전문가와의 협업, 본인의 의지의 삼박자가 맞으면 호전되는 경우도 꽤 봐왔다. 본인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주위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치료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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