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로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은 언제나 실패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쟁의 세계에 던져집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경쟁은 인류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원시 시대에는 생존을 위한 경쟁이 일상적이었고 살아남은 자들이 생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찰스 다윈이 제창한 '자연선택' 이론은 바로 이 생존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윈은 강한 자가 살아남고, 약한 자는 도태된다는 사실을 통해 생물학적 진화의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경쟁과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나아가려는 동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남과 비교하려는 성향은 전 인류에 걸쳐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와 비슷한 속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울타리 저편의 남의 집 잔디가 더 푸르다’, 독일은 ‘이웃 정원 체리가 더 달다’, 스페인은 ‘이웃의 닭이 더 많은 달걀을 낳는다’, 나이지리아는 ‘이웃집 개가 항상 더 큰 뼈를 가지고 있다’, 이란은 ‘이웃의 닭이 거위다’라고 합니다. 그만큼 남이 가진 것과 비교하는 문화는 전인류가 가진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현대 사회에서는 비교의 기회가 더 많아졌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 타인의 성공이나 행복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을 더 크게 느끼고, 과도한 비교 속에서 불행해지기도 합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보이는 삶은 종종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의 불행은 다른 사람의 삶을 기준으로 우리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행복을 비교를 통해서 찾는 데는 여러 가지 함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모든 종류의 고기 좋아하는 편입니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오리고기 등 대부분의 육류를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닭고기입니다. 그다음으로는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그다음이 소고기입니다. 이런 얘기를 다른 친구들에게 하면 어떻게 소고기가 세 번째 일 수가 있냐고 물어봅니다. 닭고기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닌가 할 수도 있겠지만 닭과 소고기가 같은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닭고기를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맛에 대한 취향은 천차만별이니까요. 그런데 저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소고기를 더 선호한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맛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고기의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입니다. 소고기가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편향되어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인간이 느끼는 맛은 가격에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맛을 비교할 때 가격이라는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많습니다. 2008년에 시행된 한 연구에서는 20명의 성인 남녀에게 동일한 와인을 높은 가격과 낮은 가격으로 제시하여 제공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두 와인이 동일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와인의 맛을 평가했습니다. 이때 그들은 높은 가격의 와인이 더 맛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와인을 마실 때 그들의 뇌를 fMRI(뇌의 어느 부위가 더 활성화되는지 볼 수 있는 자기공명장치)로 촬영했습니다. fMRI 결과 참가자들은 단지 비싼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통해서 비싼 와인이 더 맛있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고 실제 감정을 느끼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이 더 활성화된다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즉 가격이 비싸니까 더 맛있을 거야라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뇌에서 와인에 대한 감정이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이 말은 맛을 평가할 때 우리는 가격과 같은 변수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맛에 대한 평가가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은 맛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감각에 대한 평가도 다른 사소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항상 이성적인 판단만 내린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행복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행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간과하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자주 함정에 빠집니다. 이는 특히 행복을 남과 비교하거나 과거의 행복과 비교할 때 더 두드러집니다.
행복을 비교할 때 우리가 간과하는 변수 중 하나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생활을 일거수일투족 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사는지 평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은 그 사람의 말에 대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행복을 더 과장되게 얘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얘기를 해야 자신을 더 좋게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들은 생각보다 더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간과하는 또 다른 착각은 우리는 부정적인 사실에 더 집중한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는 우리가 칭찬을 열 번을 듣더라도 크게 한번 혼나면 칭찬받아서 기쁜 마음보다는 혼난 일로 인해 기분이 안 좋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나쁜 일 하나를 상쇄하기 위해서 좋은 일이 세 번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남의 행복은 더 높게 평가하고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우리는 비교를 하면 할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Lyubomirsky와 Ross(1997)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할 때 행복 수준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불행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과 비교할 때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행복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행복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할 때만 긍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비교를 많이 할수록, 특히 자신보다 상황이 더 낫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많이 할수록 불행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외에도 우리가 행복을 객관적으로 비교하지 못한다는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행복을 남과의 비교를 통해서 찾는다는 건 결과가 뻔히 보이는 지는 싸움입니다. 우리가 비교해야 할 대상은 어제의 나이며 그마저도 자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현재에 주어진 행복을 누리는데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정신 승리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웃을 수도 있겠습니다. 정신 승리라는 표현보다는 과감한 낙천주의로 표현하고 싶습니다만, 행여 정신승리라고 할지라도 사회적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소고기를 더 좋아한다고 맛있는 치킨이나 삼겹살을 먹는 저의 행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생각난 김에 오늘 저녁은 치킨을 시켜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