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마음은 게으름보다 불안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공부가 잘 안 되는 날에는 이상하게 다른 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책상 위가 지저분해 보이고, 쌓여 있던 종이들이 거슬리고, 지금 당장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책을 펴기 전에 책상을 정리하고, 정리를 마치면 이번에는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한참을 보내고 나서야, 정작 해야 할 공부는 거의 시작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럴 때 사람들은 스스로를 쉽게 판단한다. 또 미루고 있다고,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왜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부를 미루는 순간마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게으름일까.
막상 해야 할 일을 마주하면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부담을 느낀다. 해야 할 범위가 너무 크거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보이지 않거나, 시작해도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을 때 마음은 자연스럽게 한 발 물러난다. 그 상태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당장 손댈 수 있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책상 정리는 그중에서도 가장 손쉬운 선택에 가깝다. 눈에 보이고, 바로 끝낼 수 있고, 잠깐이라도 해냈다는 감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루는 행동은 단순히 하기 싫어서라기보다, 막막함과 부담을 피하려는 방식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해야 할 일은 그대로 있지만, 그 일을 바로 붙잡기에는 마음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일 때 사람은 자꾸 옆으로 움직인다.
어떤 날의 미루는 마음을 곧바로 게으름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지금 내가 무엇을 어렵게 느끼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