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는 비가 많이 내렸어.
다행히 아침에는 날이 맑게 개어서 할머니 댁 동네 산책을 할 수 있었어.
명절 연휴라 조용한 거리를 지나 미술관 옆 카페테라스에 앉아 같이 커피와 주스를 마시고,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고, 사진도 찍고, 소소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보냈네.
너는 잔디밭에 있는 조각들을 구경하고, 나뭇잎도 만져보고, 돌멩이도 쥐어보면서 재미있게 놀더구나. 장난감 하나 없어도 너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체험하고 느끼는 네가 참 신기해. 소중한 너의 작은 경험들을 함께 지켜볼 수 있어 엄마는 참 기쁘단다.
내리막 길을 걸을 때 가속도가 붙는 것이 재미있었는지 까르르하면서 몇 번을 넘어져도 그 길을 끝까지 혼자 힘으로 내려오더구나. 평소라면 엄마 손을 꼭 잡자고 하거나 안아달라고 했을 텐데, 기특하고 또 기특하네.
요즘 들어 너는 "이잉!" 하면서 부쩍 소리를 지르거나 폭탄처럼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들이 많아졌어. 그럴 때마다 엄마는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온몸의 신경이 삐죽 서는 기분이야.
특히 "위험해, 그만해" 같은 말을 들을 때면 듣기 싫다는 표시인지 더 크게 소리 지르며 바닥에 드러눕는 것도 마다하지 않지.
그럴 때마다 나도 너무 당황스럽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네가 진정이 될 때까지 조용히 너를 안아 주는 것뿐이야. 마음속에서 불쑥불쑥 뜨거운 불들이 올라올 때에, 엄마가 안아주던 그 따뜻한 느낌을 기억하고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기를 바라며 그저 너를 안고 도닥여. 이 시기들도 모두 잘 지나가겠지?
부정적인 감정 외에도 좋은 감정도 엄청 풍부해졌어.
베란다 창 밖으로 보이는 전철역 앞 사거리를 하루에도 몇 번씩 가리키면서 "엄마! 엄마!" 한단다.
요즘 그 길목으로 네가 외할머니와 함께 퇴근하는 엄마를 마중 나오거든.
"응~ 엄마가 퇴근하고 저기서 오지? 우다다다 뛰어와서 엄마 다녀왔습니다~ 보고 싶었어, 우리 별이 잘 지냈어? 하면서 꼭 안아주지?"라고 이야기해주면 너는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너무나 행복한 미소와 함께 나에게 와락 안긴단다.
엄마와 다시 만나는 그 순간이 너에게 참 좋은 기억인가 봐.
우리 언제까지나 그렇게 서로에게 반가운 사이가 되자.
오늘 밤에는 구름이 많긴 했지만 추석답게 커다란 보름달을 볼 수 있었어.
네가 좋아하는 달님을 만나 같이 달, 달, 무슨 달 노래를 부르며 달님에게 인사했단다.
엄마는 달님을 보며 우리 가족이 모두 언제나 건강하기를 기도했단다.
모두 모두, 건강하자.
오늘도 고마웠어.
사랑해, 우리 딸.
2021년 10월.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