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by 닥터스윗비


요즘 네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바로 ‘싫어’

무엇이든 물어보면 전부 싫다고 하니 엄마는 절로 한숨이 나와.

아직 정확하게 싫어,라고 하지도 못하고 시어,라고 어설프게 발음하면서도 어찌나 주관은 뚜렷한지 모르겠어.


이거 할까? 시어!

그럼 저거 할까? 시어!

엄마 다녀올게, 시어!

밥 먹을까? 시어!

목욕하자! 시어!

기저귀 갈아 줄게. 시어! 시어! 시어!!!!!


덕분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다가도, 네가 잠이 든 후에도, 가끔씩 환청처럼 너의 시어!! 하는 외침이 귓가에 들릴 때도 있어. 대체 왜 그렇게 싫은 것들이 가득한 것일까?


조금은 속상한 마음이 들던 차에, 나는 저렇게 목놓아 싫다고 소리쳐본 적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글쎄, 그런 적이 있던가? 잘 기억이 나질 않네. 싫은 일이 있다 해도 차마 크게 말하지 못하고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나 기껏 조용히 “윽 - 진짜 싫어”라고 소심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대부분이지.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당당하게 “싫어요!”라고 대답해보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는 너무 비현실적이라 웃음이 나왔어. 드라마나 시트콤 속에서나 볼 법한 일이지.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너의 싫어!!가 부러워졌어.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이렇게 싫지만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일일까?


하지만 너의 속사정도 다르지 않았나 봐.

어린이집에서도 저렇게 싫다고 울며 떼를 쓰면 어쩌나, 조금 걱정이 되어 선생님께 슬쩍 여쭤보았더니 세상에

“어머, 별이가 집에서 그래요?”라며 놀라더라고.


그래, 너도 나름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구나.

그래, 너도 집이니까, 엄마 앞이니까 그랬던 거였구나.


이후로 어쩐지 마음이 조금은 너그러워지게 되었어.


그래, 얼마든지 싫어하렴.

얼마든지 너의 마음을 큰 소리로 표현해 보렴!


언제든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곳, 큰 소리로 말해도 괜찮은 곳.

너에게 그런 공간이 되어 주고 싶어.


사랑해, 우리 딸.


2022년 2월.

별이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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