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성장통

by 닥터스윗비


생각해보면 매년 3월 너는 심하게 아프구나.

첫 3월에는 가와사키로 병원에 입원했었고, 두 번째 3월에는 고열에 며칠 시달리더니 한 시간 내내 울며 발악하다 열꽃이 피면서 괜찮아졌지.

세 번째 3월, 올해에는 어린이집 친구가 폐렴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너도 5일 내내 열이 났어.

다행히 열은 내렸는데 갑자기 하루 종일 잠만 자고 간간이 심하게 울고 보채는 일이 반복되다가, 다음날 아침에도 느지막이 일어났지.

잠에 취한 듯 멍한 채로 겨우 밥을 먹고 약도 먹고 비타민 캔디를 줬는데 갑자기 네가 캔디를 잡지 못하고 허공에 손을 휘젓지 뭐야?

연신 눈을 비비며 물건을 제대로 잡지 못하다가 엎드려 우는 너를 보고 심장이 덜컥했어.

안 보여 - 라면서 눈을 뜨지 않고 계속 엉엉 울기만 했고, 졸려-라고 말하더니 바로 다시 또 잠들어버렸지.

잠에서 깬 지 한 시간 만에 말이야.


머릿속으로 가능한 상황을 여러 가지 떠올려보다가 결국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어.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수까지 고려해 입원까지 각오하고 말이야.

가는 동안 얼마나 네가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는지 몰라.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나 밖에 들어가지 못했고, 격리실이 빨리 나기만을 기도하며 대기하다 겨우 선생님을 만났어.

다행히 상태가 더 나빠지진 않았고, 기본 검사들을 해보기로 했는데 정말 혈관이 너무 없어서 정말 힘들게 피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았단다.

아직도 네 손등에 수많은 바늘 자국들이 남아 있어서 마음이 아픈데, 너의 작은 손발에 상처를 더하는 일이 너무 괴로웠지만 꼭 필요한 일인걸 알기에 정말 어금니를 꽉 깨물고 발버둥 치며 고통스럽게 소리 지르는 너를 꼭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네. 눈을 얼마나 질끈 감았는지 몰라.

정말 고생 많았어 우리 딸.


다행히 검사들에서 큰 이상이 없어서 우리는 무사히 귀가했어.

너의 증상은 중간에 처방받았던 약의 부작용으로 추측되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악화되면 추가 검사를 해야 하니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

조금 불안했지만 좋아지기만을 기도하면서 집에 돌아왔지.


급하게 휴가를 쓰고 다음날까지 하루 종일 너를 지켜보면서, 네가 서서히 정신을 되찾는 것을 보았어.

잠만 자고, 심하게 보채고, 앞도 못 보던 네가 모두 다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아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


이렇게 아픈 뒤로 너는 또 훌쩍 커서 갑자기 말이 많이 늘었어.

작년에는 이렇게 아프고 걷기 시작하더니, 꼭 이렇게 성장통을 힘들게 겪어야 하는 걸까?


예전에 엄마에게 힘든 일이 있었을 때, 이런 일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위로해 주던 친구에게 나 더 이상 성장 같은 거 안 해도 좋으니까 그만 좀 힘들고 싶어,라고 울먹이며 대답했던 기억이 나. 사람은 꼭 이렇게 아프면서 커나가야 하는 걸까?


아프고 힘든 일을 겪는 너의 모습을 보면, 그 때가 생각나.

무엇보다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울 뿐이야.

고생이란 것은 하나도 모르고 편하고 수월하게만 살아갈 수 있다며 얼마나 좋을까?

앞으로 너의 삶이 평탄한 꽃길이기를 항상 기도하지만, 인생이란 것이 그럴 수많은 없겠지.

네 몸이 힘듦을 겪고 그 것들을 견뎌내는 능력이 생기는 과정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구나.


힘든 일들을 막을 수 없다면, 그 일들이 닥쳐왔을 때 엄마가 곁에 네 편으로 꼭 있어줘야겠다는 다짐을 해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세상에 너의 편이 되어 줄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줄게.


그렇게 큰 고생을 겪고 나서 요즘 너는 말이 부쩍 늘었단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이게 모야?라는 질문을 하루에도 백 번은 하는 것 같아.

그 반복이 쌓이고 또 쌓여 우리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거겠지?


너의 성장이 참 반가워. 축하해.

고생 정말 많았어.

앞으로도 엄마가 항상 응원하고, 곁에 있을게.


사랑해, 우리 딸.


2022년 3월.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추신. 내년 3월에는 꼭 안 아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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