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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스윗비 Apr 01. 2022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나 안 예뻐"

예쁘다는 말의 독

예쁘다

1.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2.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3.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서 흐뭇하다.   

 

사전에서 예쁘다는 아름답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흐뭇하다와 같은 다양한 감정과 상태를 아우르는 말이다.

그럼 의미에서 자기 자식이 예쁘지 않은 부모가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사회적으로 "예쁘다"는 말은 외모에 국한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래전 들었던 정신과아동학 수업에서는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예쁘다'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아이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배우기도 했다.


나중에 부모가 되면 외모 칭찬은 안 해야지,라고 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꼭 외모가 예뻐서가 아니라 나에게 아이가 너무 예쁜 존재인 것을 어떻게 하나? 나도 별 수 없이 내 자식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고슴도치 엄마인지라 우리 아이에게 자꾸만 예쁘다 예쁘다~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자주 튀어나오게 됐다. 남편도 말했다. "내 눈에는 제일 예쁜 게 사실인걸?"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나 안 예뻐


말도 서툰 아이가 자신이 안 예쁘다고 대답한다.


"정말? 엄마 눈에는 너무 예쁜데?"


도리도리 하며 극구 부정하는 모습에 당황했다.

자기 사진을 같이 보다가도 갑자기 "안 예뻐" "사진 싫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이렇게 사랑스러워 보이는데, 자기 눈에는 스스로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아이 눈에는 어떤 것이 예뻐 보일까?


솔직히 우리 아이가 객관적으로도 예쁜 모습일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숱도 적고 아직 길이도 짧은 편이라 밖에 나가면 남자아이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눈이 크다거나 코가 오똑하지도 않다. 전형적인 모델이나 인형 같이 생긴 얼굴은 절대 아니다. (물론 내 눈에는 그런 아이들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귀엽고 예쁘지만!)


설마 본인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한 것일까?

아직 네 살 밖에 안 된 아이가?


게다가 거추장스러운 것은 딱 질색하던 아이가 갑자기 요즘 원피스, 머리핀 등에 갑자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이 눈에도 우리가 '사회적으로 예쁘다고 말하는 것'들이 예쁘게 보이는 걸까?

나는 아이에게 예쁨과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알려줘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차에 오은영 박사님께서 "아이의 외모에 대한 칭찬이나 비난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고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자꾸 받게 되면, 예뻐야만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외모보다는 성실함, 열정, 노력, 배려하는 마음에 칭찬을 많이 해주라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아름다움과 예쁨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아왔던가?

지금이야 나이를 먹어가며 예전만큼 나의 외모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지만, 사춘기 시절과 20대를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가슴이 껌딱지네, 종아리가 굵다, 허리는 있는 거냐, 발목이 없다, 눈은 뜨고 다니는 거냐, 콧대가 없다는 둥, 키가 작아서 쓰겠냐, 키만 크고 볼품이 없다...

아무렇지 않게 외모에 대해 품평하고 비난하고 놀리는 사람들 속에서 무너지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아무리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라 해도 그 속에서 위축되기 마련이었다.


조금 다르게 생기면 어떤가?

모두가 마네킹처럼 완벽한 몸매와 인형 같은 얼굴을 가져야만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인가?

절대 아니다.

나의 아이에게만큼은 그런 족쇄를 달고 싶지 않았다.


이후로 아이에게도, 세상의 다른 물건들을 표현할 때에도, 예쁘다는 표현은 자제하기로 결심했다.

대신 다른 말들을 생각해보았다.


멋지다.
근사하다.
사랑스럽다.
...


생각보다 외모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표현들이 많았다.


예쁘지 않아도, 멋질 수 있다.

예쁘지 않아도, 근사할 수 있다.

예쁘지 않아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

예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이다.


우리 모두는 그런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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