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은 그 틈만큼만 더
외롭지는 않은데 고독하다는 느낌이 한 달 전쯤 갑자기 찾아왔다. 처음 겪는 감정이라 뭔지 모르겠는 와중, 한 번 찾아온 이상 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달랜다고 달래질 기분도 아니었고, 시간이 지난다고 사라질 기분도 아니었다. 이러다 잡아먹히는 건 아닐까-두려웠다. 적응을 한 건지 체념을 한 건지 다행히 여지껏 잡아먹히지 않고 이리 같이 있다. 친해지려면 한참 걸릴 듯 보이지만, 사실 친해지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
평생 답을 내리지 못할 것 같은 이 감정에 그래도 딱 한 가지 고마운 점이 있다.
이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고독하다 이야기하면 ‘내가’ 무언가를 채워주지 못해서인 것만 같아 못 견뎌했을 것이다. 혼자 더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고독감 속에서 나를 떠올려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너무 고마울 것 같다. 그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할 것 같다.
-
절대 누구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기분, 누구도 평생 내 곁에 있어주지 않을 것만 같은 기분, 그래서 혼자 깜깜한 곳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것만 같은 이 기분이 너무너무 싫지만- 그렇다고 또 막 그렇게 고마운 건 아니지만 - 그렇게 막 못 견딜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또 익숙해지고 싶지는 않다.
조금의 익숙해지지 않은 그 틈만큼만 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그것을 핑계로 모르는 척, 조금만 더 곁에 있고 싶다.
.
2019년 26살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