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어른, 진정한 선생님
여둘톡에서 추천해 준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를 보았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어른이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지만,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진정한 선생님인 김장하 선생님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살면서 누구나 누구를 돕기 위해 살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의사였는데, 그 이유 역시 남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혹시라도 다른 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아서 왜 의사가 되고 싶어 했는지에 대해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김장하 선생님은 그 의문을 그저 편하게 말씀하셨다. 물론 자신이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서는 입을 꾹 하시고는 아무런 말씀을 안 하셨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돈이 똥 같아서 가지고 있으면 악취가 나지만, 여기저기 뿌리고 나면 거름처럼 가치가 생긴다고 하셨다.
게다가 사람들이 오해하고 심지어 협박 전화도 받으시는 그분은 부처처럼 말씀하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세월이 증명해 준다고. 다큐 속 사람들은 김장하 선생님이 생불과도 같다고 하셨는데,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업을 마친 분들의 인터뷰 역시 감동적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부끄러운 짓을 할 수도 있을 때, 김장하 선생님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다.’라는 말씀도 잊지 않고 하셨다.
그리고 은퇴를 하시고 게이트볼과 등산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아빠 생각이 나서 잠시 울었다. 평생을 남을 위해 헌신한 분인데도, 조용히 일상을 즐기시는 부분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라면, 그렇게 많은 것을 나누어주고는 정말 별다를 것 없이 정치 같은 것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상석을 거부하고, 조용히 자신의 일과를 지켜나가면서 남을 잘 도울 수 있을까?
그의 삶은 너무나 조용해서 적막한 듯하지만, 빛이 난다. 요즘의 세상에, 커다란 유혹과 나쁜 일들이 생각나면 그분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분들이 다큐에 나왔는데, 나도 그런 것을 본받고 싶다.
다큐에 나오는 대나무, 나무 그리고 숲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공허하게 비어있을까 싶다가도. 마음을 비울 정도로 남에게 내 것을 내놓으면 또 다른 나무가 자라 결국 숲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나무는 자라고 자라서 결국 숲이 된다. 김장하 선생님의 다큐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숲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