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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김창열 전시

by 다큐와 삶

[리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김창열 전시”





사람들이 ‘물방울 작가’라 부르는 김창열 작가의 전시에 다녀왔다. 군데군데 쓰인 글귀와 작품 설명을 통해 작가가 가진 삶의 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쟁과 분단, 이념과 생존 속에서 살아온 그의 삶은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전시에서 물방울을 계속 보고 있으니,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기다리고 가다듬는 시간을 오래도록 가진 작가의 노력을 볼 수 있었고, 더욱 물방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는 파트 별로 나뉘어 있었다. 상흔, 현상, 물방울, 회귀. 네 가지 파트별로 특색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상흔.

상흔이라는 파트에서는 작가가 겪은 고통이 물방울이 된 계기가 된 것 같았다. 6·25 때 자신의 동창들이 반 이상 죽게 된 그 상황에서 살아남은 그는 제사라는 작품명으로 여러 개의 작품을 그려냈다. 영어로는 rite(장례 의례)라고 쓰인 작품들은 그 자체로 숙연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었다.


현상.

물방울을 만들기 전에 추상에서 시작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것을 구체화해 연습하고, 그 후에 물방울이 빚어내었다.




물방울.

물방울뿐만이 아니라 젖은 면 역시 연구를 한 듯싶었다. 물방울이 맺힌 곳도, 스며든 그것도 물방울의 본질이 같다고 느껴졌다.










회귀.

작가는 자기가 그려온 물방울에 문자를 같이 배치한다. 이 문자는 천자문으로 작가에게는 그것이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인식하는 기호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 문자와 물방울을 결합해서 기존의 작품을 한층 더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면의 뜨거운 응어리들이 점차 응결되고 냉각되어 공감된 흰 구체를 다루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고통스러울 때 물방울이 튀어나온 거야.”


이처럼 김창열 작가는 가장 기초적인 물방울을 위해 여러 단계에 거쳐 자기 작품 스타일을 바꿔가며 완성해 나갔다. 물론, 이러한 작업은 그가 겪어온 세상과 떨어지지 않고, 융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모든 사람이 김창열 작가의 전시를 보았으면 한다. 응어리진 물방울,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눈을 맑게 빛나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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