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햄넷'

죽은 이를 애도하는 방법이란?

by 다큐와 삶

[리뷰] 영화 햄넷

죽은 이를 애도하는 방법이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만으로 무슨 작품인지 아는 유명한 햄릿. 영화는 햄릿과 햄넷이 혼용되었다는 그 시대에 대해 말해주면서 시작한다.


아마도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삶에 관한 이야기로 만든 셰익스피어인 러브와 더불어 햄넷 또한 몇 가지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소설과도 같은 이야기다. 그중,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연극으로 만들어져서 예전에 보러 간 적이 있는데, 햄넷 또한 연극으로 만들어진다면 공연장에 가보고 싶을 것 같다.

물론 영화로 만든 햄넷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아마도 감독 클로이 자오의 스타일이 많이 난다. 자연의 웅장한 느낌과 숲의 소리가 압도되는 와중에 아네스가 보인다. 마치 엄마의 뱃속에 잉태된 그 자세로 숲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그녀는 숲의 이로움을 아는 여자다. 각종 약초의 유용함을 알고 매를 키우는 그녀는 무언가 조금 다른 사람이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된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그녀에게 청혼하고, 아이가 생긴 뒤 그들은 결혼한다.


그러나 아네스는 아버지에게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당하던 윌을 보면서 안타까워한다. 아네스는 자기 동생에게 윌이 런던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윌은 런던으로 향하고 가끔 집으로 찾아온다.


아네스는 딸을 먼저 낳은 뒤, 시간이 지나 쌍둥이 남매를 낳는다. 그 쌍둥이 남매 중 아들의 이름이 햄넷이다. 칼싸움을 좋아하고 아버지의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하던 아들은 11살이 되던 해에 죽음을 맞이한다. 쌍둥이 딸이 먼저 아팠는데, 그 딸을 향해 헌신적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아네스는 병이 옮게 된 아들 햄넷이 죽자 절규한다. 뒤늦게 나타난 윌은 그녀를 위로하지만,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면서 그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다.


그 후, 연극을 만들어 런던에서 공연을 올리는 윌에 대해 아네스의 새엄마가 와서 이야기한다. 코미디를 쓰는 줄 알았던 아네스의 생각과는 다르게 비극 햄릿을 써서 극장에 올리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런던으로 향한다.

아네스는 남동생과 함께 윌이 자는 작은 숙소를 둘러보면서 무언가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윌이 힘들게 살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보면서 그녀는 깨닫는다. 각자의 애도 방식은 다르며 윌이 자신처럼 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마다 죽은 이를 애도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어떤 이는 잊지 못해 계속 생각하며 살고, 어떤 사람은 잊은 듯 산다. 그리고 편하게 죽은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나는 아들의 염을 직접 하는 아네스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했던 나 역시 장례식을 경험했지만, 그렇게 염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상황은 없었기에 더욱 집중해서 보게 했다. 절차에 따라 염을 하고 죽은 아이를 보내주는 아네스와 햄릿이라는 연극 속에서 아들이 살아 숨 쉬는 연극을 만든 윌. 그들 중에 누가 더욱 자식에 대해 애도를 잘하는 가의 문제는 너무나 하찮고 옳지 않은 질문일 것이다.

그렇게 애도하는 연극 속 햄릿이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독백하던 중, 모두가 그에게 손을 뻗어 그와 교감하는 장면은 웅장하면서도 무언가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난다. 모두가 그들을 애도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고, 연극 속 죽어가는 햄릿에 대해 공감하는 듯한 관객을 통해 연극 속 햄릿은 영원히 살 것 같은 느낌 또한 들었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다. 원작 소설의 저자인 매기 오페럴은 클로이 자오와 함께 대본 작업을 같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와는 다르게 영화가 친절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원작 소설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한 사람이 사라지면 그 자리는 생각보다 깊고 오래 남아있는다. 매년 태어난 때와 돌아가신 기일을 생각하게 되고, 그 외에도 여러 날 죽은 이를 기억하게 되는 때는 많다. 그러나 윌처럼 연극으로 산 자에게 죽은 자를 기억하게 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으며 흔하지도 않다. 그래서 그가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 어떤 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누군가를 애도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그렇게 창작이 기억이 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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