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 <사회계약론>
가벼운 소설부터 시작해서 철학자의 생각을 담은 글까지, 책은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중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게 만들어준 책이다. 세상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 갔는지 설명하며, 이 책이 나에게 준 영향에 대해 말해보겠다.
사람이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크게 학습-해체-재구성의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유년기에 세상에 대해 배우고(학습), 사춘기 때 기존의 질서를 허물며(해체), 이후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만들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재구성).
유년기에 아동은 부모를 통해 세상과 만나고, 학교에서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기준과 규칙을 배운다. 그 시기에 배우는 기준이란, 어른들의 권위에 의존하는 절대적인 무언가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규칙에 의문을 가지기보단 배우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된다.
사춘기를 거치면서 우리는 경험과 생각을 통해 기준이라는 것이 일관성 있고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기존의 기준이 상대적인 것이고, 사회가 규범대로만 움직이진 않는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된다. 오히려 유년기 때 배운 규범만으로 이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면 많은 딜레마와 자기모순에 빠진다. 우리는 이러한 딜레마와 모순을 접하며 의문을 느끼고 고민에 빠진다. 어떤 기준으로 이러한 규범이 만들어진 것인가? 만약 기준이 없다면 왜 도덕이나 법과 같은 것들을 지켜야 하는가?
이러한 고민을 하던 시기에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었고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사회와 규범이 우리의 본성으로 인한 것이 아닌 인위적인 사회적 협의를 통해 만들어졌다니! 당시 나는 기존의 질서나 도덕규범이 이타심이나 동정심과 같은 사람의 마음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을 거라고, 혹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세상에 많은 딜레마와 모순들도 기존의 질서 자체의 모순이 아닌, 사람의 마음과 감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문제로 받아들여졌었다. 이러한 생각이 기존의 질서가 어떠한 절대적인 영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을 주었었던 것 같다(마음은 영적인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생각). 하지만 이 책은, 세상의 규범이 영적인(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닌 효용성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규범이 절대적인 무언가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에서 한 발짝 벗어나자, 세상에 많은 딜레마와 모순들이 상당 부분 해결되는 경험을 느꼈다. 규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규범을 지키지 않는 사회의 모습도 무작정 저항하고 분노하는 것이 아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엔 감정적인 분노만 받아들여지던 모습과 사건들에도, 이성적인 이해와 대화가 가능하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규범이라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효용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남들이 안 지킨다고 분노할 것은 또 무엇인가.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긍정적인 영향을 줌과 동시에, ‘세상에 절대적인 가치가 없으며,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그렇다면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치나 삶의 의미 또한 우리 사회의 효용을 위해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나를 인도했다. 절대적이라고 믿어왔던 규범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자, 마찬가지로 믿어왔던 가치로운 것들에 대한 믿음도 흔들린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절대적인 가치를 갖지 못한다면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과 해답이 내가 생각하는 재구성의 단계이며, 이는 다른 독서활동이 영향을 주었다. 정리하자면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내가 나만의 기준을 가지는 것에 앞서 기존의 규범을 부수는 것에 도움을 준 책이기에 인상 깊은 독서 경험으로 뽑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