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2일, 23:17
매일 글을 쓰기로 해두고선, 큰 일을 겪어 수습되지 않는 마음에 단 몇 자도 남기지 못하고 있을 때, 우연히 그를 만났다. 그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협업 부서 디자이너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지만, 조금만 대화를 나눠보면 '뭐든 깊게 생각한다'는 인상을 남기는 사람이다. 내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그는 말했다.
“그래도 마음이 그쪽에 가 있으니까 결국 다시 쓰실 거예요”
그의 말대로 나는 계속해서 다시 글을 써야 한다는 마음을 짊어지고 지냈다. 마음은 곧 생각이고, 짊어지는 것은 다름 아닌 짐이라,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는 짐스런 생각이 머릿속 한 구석에 우두커니 자리하고 있었다. 매 순간 이 불편함을 체감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외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불쑥 ‘오늘은 써야 하는데’ 되뇐 날이 많았다. 결국 나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의 말처럼 마음만 가 있으면 언젠가 닿을 수 있다. 달리 말하면, 해야 한다는 불편한 생각을 지워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간 행동할 수 있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과, 당장 행동하지 않더라도 그 불편한 생각을 끝끝내 버리지 않는 것이 결국 언젠가의 동력이 된다.
불편한 마음을 짊어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사람도 배를 채워야 움직일 수 있는 게 당연한 이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