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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12. 2024

열 네번째 글 [14/365]

2024년 3월 11일, 22:54

열 네번째 글을 다시 시작하기까지 3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열 세번째 글을 쓴 다음날 장인어른이 돌아가셨고, 한동안 나와 내 가족은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전례 없이 힘든 날들이었다. 황망하게 벌어진 일에 대한 슬픔과 절망, 아직 벌어지지 않았지만 곧 현실이 될 것만 같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몸과 마음을 짓이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12월 13일에 누린 무탈했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하루들이 그렇다. 아직 다 진정되지 않은 그 날의 놀란 마음과, 허망한 기분, 홀로 남겨진 장모님에 대한 근심은 여전히 깊고 깊게 어둡고, 한 귀퉁이 잡아 흔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다시 내 하루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기위해서는, 어떻게든 그 며칠간의 장면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내가 참 좋아했던 나의 장인에 대한 글을 하나 지어 추모하고 나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 하루도 그러질 못했고,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멀지 않은 어느날 밤, 마음이 움직이는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복기할때마다 배이고 쓸려 아린 마음도 개의치 않을 어떤 밤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좋아한 장인과, 그와 황망하게 이별한 며칠간의 장면은 그때, 쉬이 읽히는 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그 밤을 기다리면서, 다시 하루들을 기록한다. 전보다 더 자주 글을 지어, 밀린 분량을 조금씩 보충하다가, 끝내 연말에 365 조각을 다 모으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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