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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Nov 01. 2015

늘 벽과 벽 사이에

앉고 서고 먹고 자는, 장소에 관한  잡생각

오래전부터 공간(空間)에 관한 글을 쓰고 싶었다. 이건 상당히 막연한 생각인데,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공간이라고 하면 보통 건축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내게 그런 배경지식은 없다. 난 어문학 전공자다. 덕분에 내가 들고나는 특정한 장소들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으로 글을 이어나가게 될 것 같다. 죽도 밥도 안될 공산이 크지만, 뭐 진밥(혹은 생쌀)이라도 되겠지 싶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


아무것도 없는 빈 곳. 공간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한자로 빌 공에 사이 간이니, 무언가의 사이에 형성된 빈 곳이라는 뜻이다. 다른 정의도 있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범위,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다. 후자가 전자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인 것으로 이해한다.



앞으로 기록해나갈 공간은 전자다. 벽과 벽사이에 존재하는 자리. 그러니까 집이나 사무실, 카페나 식당 같은 장소들이다. 우리가 반드시(어쩔 수 없이) 인생의 대부분을 들고 나면서 보내는 공간들에 대한 온갖 잡다한 생각들을 옮겨두고 싶다. 내게 방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생김인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이런 것들에 관한 기록이다.


지금 어디에 있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늘 특정한 벽과 벽 사이에 들어가 있다. '인생은 공간 이동의  연속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루를 되짚어 보자.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자동차로, 자동차에서 사무실로, 사무실에서 식당으로, 식당에서 다시 거실로, 그리고 방으로. 이따금씩 이동하는 장소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결국 그 곳 역시 벽과 벽사이의 어딘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덕분에 우리는 끊임없이 그 공간의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그 공간의 기능, 의미, 크기, 밝기, 온도, 냄새, 재질까지. 그 요소의 수를 다 헤아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공간은 중요하다. 내가 어떤 공간에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경직되기도, 센치해지기도 한다. 머물면서 내게 진한 영향을 주는 여러 장소들에 집중하면서, 차근 차근 기록해보겠다(배가 산으로 갈 조짐을 보여 황급히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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