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처음인 날들

by 김까치

요즘의 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나온 두부 한 모처럼, 새로 산 노트의 첫 페이지처럼 하얗고 순수하다. 예쁘고 단단한 모양이 혹여나 부서질까, 훤하게 비어있는 공간에 한 줄 잘못 그어질까 엄마와 아부지는 늘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그렇게 아슬아슬 우리는 너와 함께 날마다 처음인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에 너는 내 품에 안겨서 처음으로 바깥나들이를 했다. 엊그제는 처음으로 유모차를 탔고, 다음 날엔 처음으로 짧은 물놀이를 하고, 아부지가 좋아하는 피아노 연주곡도 함께 들었다.


새로운 것들을 구경할 때, 그 작은 눈과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두리번거리는 너를 보면, 아부지는 그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솜털 같은 너의 머리털만 마냥 쓰다듬는다. 너에게는 아직 세상에 대한 좋고 나쁨과 즐겁고 지루함이 따로 없겠지만, 성급한 나는 세상은 좋은 곳이고, 재미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네게 말해주고 싶다.


너는 뭘 하든 처음인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동안은 계속 이런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나이가 들어 처음인 날들이 거의 없어진 아부지는 너와 함께하는 날들이 곧 새로운 날들이라 요즘이 그렇게 귀하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훤하게 비어있는 네가, 매일매일 재미있는 것들로 차곡 차곡 채워지기를 바란다.



얼마 전 태어난 아들과, 아내에 대해 이어 씁니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아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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