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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큐멘투니스트 Feb 22. 2022

(소설) 꼬뮤니까시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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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김영주를 대통령으로 하는 새 정부가 탄생하고 얼마 뒤 한 진보 성향 언론이 짧은 논평을 냈다.

 

지난 12월 10일의 사건을 생각한다.

351,214명의 사상자를 낸 이 비극은 책임감 강한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을 뿐, 사건 전모는 고사하고 사건 원인조차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 사건 직전, 언론을 통해 알려진 출처 미상의 대정부 경고문, 칩 개발사 드림캐리어社 관련 유무, 정부의 개입 유무 등 우리가 궁금했던 어느 것 하나 규명된 것이 없다. 우리는 예상치 못한 비극을 겪었고, 그 비극에 분노했고, 이는 정권 붕괴로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분노했는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희생양을 죽이는 것으로 제사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12월 10일에 일어난 사건 (이하 12.10 사건이라 부르겠다) 이후 적어도 2가지 사실은 명확해 보인다.


먼저, 우리 국민 힘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누구라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다. 12.10 사건은 우리에게 그 대통령을 언제라도 내팽개칠 힘도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국민이 힘을 가졌을 때 함께 수반되어야 할 덕목은 사려 깊음과 신중한 판단력이다. 이러한 요건 없이 국민은 엄청난 비용 낭비와 비효율적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 선거만 하고 살 순 없지 않은가!


또 한 가지 사실은 새로운 정부가 12.10 사건에 진상규명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사건 발발 113일을 맞이하지만 12.10 사건 대책위원회조차 꾸려지지 않았다. 정부의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사건 최대 수혜자라 할 새로운 정부가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는 것은 또 다른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공은 다시 국민에게로 넘어온 모양새다. 이렇게 된 이상 힘 있는 국민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전에 한번 따져보자, 지난 정부가 완벽한 정부는 아니었다. 대통령 측근들은 엘리트주의에 빠져 허우적댔고, 민주화에 적극적이던 이들이 오랜 투쟁 과정에서 자신의 정적과 닮아가는 모습은 우리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분명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 또한 잘못이 없었을까? 투표 한 번으로 모든 국사(國事)를 정부에 일임하려 하지 않았는가? 애써 정치를 외면하려 하지 않았는가? 국가 주인으로 감시 태만은 없었는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힘없는 국민이라는 변명은 이제 구시대 발상일 뿐이다. 이제는 우리가 힘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 시점에서 우리 국민이 새 정부에 12.10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면 어떨까? 명확한 진상 규명 없다면 이러한 사건이 또 발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예우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물론 국민이 모든 행정 영역에서 사사로이 관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새 정부를 압박할 수는 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공론화시키자! 우리의 또 다른 분신, SNS가 있지 아니한가! SNS를 통해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공론화시키자! 국민이 지켜본다는 것을 정부에 상기시키자! 적어도 이 정도 노력쯤은 해야 한다. 국가 주인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다.


끝으로 새로운 정부에 당부한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12.10 사건은 정당정치제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세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 여기기 바란다. 국민이 정당정치라는 간접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다시는 정당정치라는 구태에 갇혀 폐해를 일삼고 퇴행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 국민들이 12.10 사건에 관한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할 것이다. 이때, 새 정부는 국민 무서운 줄 알고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답하기 바란다.


무엇이든 늘어져서 좋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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