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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부 Dec 08. 2023

Ep2. 듣기&말하기 수업, 들었다고 끝이 아니야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의 차이

중학교 말하기&듣기 수업은 필자도 아이들도 만만히 보았다가 큰 코 다친 영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듣기 음원은 발화 속도도 느리고 문장 자체도 쉬운 편이라 아이들이 웬만하면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알아 듣는다는 것에는 커다란 맹점이 있다. 첫째로, 내용은 알아들어도 막상 들은 문장을 쓰라고 하면 정확히 쓰지 못하거나 어처구니 없는 철자 오류를 범한다. 둘째로, 목표 표현을 들을 줄 아는 것과 표현할 줄 아는 것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예를 들면, Would you mind opening the window? 가 목표 표현으로 나오면 식은 죽 먹기라 생각하지만 '창문 좀 열어도 괜찮을까요?'를 영어로 표현해보라 하면 버벅거린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말하기&듣기 수업을 열 때 반드시 ‘notice the gap’의 원리, 즉 자신이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 사이의 커다란 차이을 인지시키고 이를 메우는 것을 초점으로 한다.


Information-Gap으로 수업 열기 

기본적인 대화형 지문은 정보차(information-gap) 활동으로 수업을 여는 편이다. Information-gap은 각각 다른 빈 칸이 있는 종이를 받고 짝끼리 마주 앉아 서로가 서로에게 dictation을 해주며 자신의 빈 칸을 채우는 방식이다. 테이프 음성을 듣기 전에 직접 목표 표현을 발화해보며 원어민의 발화와 자신의 발화 사이의 차이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

information-gap activity 예시 출처: 미래엔 중3 최연희 (변형해서 사용)


음원 쪼개기를 활용한 조별 딕토클로스(dictogloss)

긴 지문의 경우에는 <음원 쪼개기를 활용한 조별 딕토클로스(dictogloss)>를 활용한다. 수업 준비가 조금 번거롭지만, 필자가 아주 좋아하는 방법이다. 수업 준비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먼저 교과서 애니메이션을 다운 받아 음성을 제거한다. 아래 사이트에서 쉽게 음성을 제거할 수 있다. 

https://www.audioremover.com/


2) 음성을 제거한 동영상은 더빙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한국말 문장으로 더빙하는데, 네이버 클로바 더빙을 이용하면 쉽게 편집이 가능하고 성우를 고르거나 다양한 효과음도 삽입할 수 있다. 진지한 교과서 동영상에 우스꽝스러운 더빙과 효과음을 넣으면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을 들인 보람이 있다. 

그러나 한국말 더빙된 영상의 목적은 단순 재미만은 아니다. 가령, 'Are you enjoying your meal?'을 못 알아듣는 아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식사 맛있게 하고 계신가요?'를 어떻게 영어로 표현하면 좋을까?라고 물어보면 말문이 막힌다. 더빙 영상을 미리 보며 목표 표현에 대한 인지를 높이면 듣기 집중도를 현저히 높일 수 있다.  


3) 더빙 영상을 만들었으면 기존의 mp3음원을 1-2문장 정도로 쪼개는 일만 남았다. 이때, 몇몇 문장은 피치를 낮추거나 속도를 빠르게 조정하여 저장한다. 아래 사이트에서 문장을 쪼개는 동시에 피치나 스피드를 조절하여 저장할 수 있다.  

https://mp3cut.net/ko/

이렇게 하면 수업 준비는 끝이다. 수업 시간에는 빈칸이 있는 문장을 A3에 인쇄하여 조별로 나눠주고 자른 음원 영상을 하나씩 재생하면 된다. pitch/speed를 조정한 문장은 정확히 알아듣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듣기 시간에 먼저 나서서 부시럭 거리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한 번만 더 들려달라고 하는 모습을 보면 수업 준비를 한 보람을 느낀다. 


딕토클로스(dictogloss) 변형: Tape-recorder 역할 추가하기 

조별 역할 부여를 통해 풍성한 딕토글로스 활동을 할 수 있다. 필자는 주로 Leader, Writer, Timer 등의 보편적인 역할에 Tape- Recorder를 추가한다. Tape- Recorder는 직접 교탁에 나와 선생님이 읽어주는(혹은 보여주는) 목표 문장 중 하나를 외워가는 역할이다. 문장을 외운 후 조원들에게 돌아가 말해주어야 하므로 나름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이때, Tape-recorder가 외워가는 문장을 중요한 발음이 포함된 문장으로 하면 선택하면 활동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가령, [You won’t have to pay for the steak]라는 문장을 Tape-Recorder에게 주며 won’t/want의 차이를 인지시킬 수 있다. 


**꼭 5명 이상으로 넘치는 조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경우에는 스페셜 리더라는 허황된 역할을 하나 부여한다. 스페셜 리더는 뭐하는 거에요? 라고 물어보면 조원들을 응원하며 조의 대표주자로서 준비물도 대신 수령하고 이따 채점도 나서서 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리송하고 있을 때 잽싸게 리더 할 사람? 이라고 물어야 한다.  


딕토클로스(dictogloss) 변형: 삐- 소리 처리 구간 만들기

딕토글로스의 변형은 무한하다. 음원을 편집할 때 애초에 삐ㅡ 소리 처리를 한 구간을 만들기도 한다. 배운 단어 중에 하나를 무음 처리하여 아이들이 문맥에서 스스로 추측해보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아래 dictogloss 활동지 예시에서는 It's too rare for me의 'rare'를 무음 처리한 후 문맥을 통해 스테이크가 마음에 안들었을 법한 이유를 추측하게 할 수 있다. 이미 전 시간 단어 학습에서 'rare'를 배웠으므로 금방 추측한다. salty, spicy 등의 다양한 답변도 얻을 수 있다. 


조별 dictogloss 활동지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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