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전날 밤 영화를 보면서 맥주 한 캔,
아니 두 캔이나 마시고 잤더니 정말 늦게까지 잤다
오후 12시가 되어서야 겨우 깼으면서도
건조한 눈을 반쯤 떠 핸드폰 알림을 확인하고선 다시 잠을 청했다
두어 시간 더 자면서 그 와중에 또 꿈도 꿨다
꼭 이렇게 잠깐 깼다가 다시 자면서 꾼 꿈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더라
늘어지게 잠을 자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 오늘 하루도 다 갔구나 하면서
얼마 남지도 않은 2021년의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냈다는 죄책감이 밀려온다
창 밖을 보니 해가 아직 쨍쨍하고 날이 너무 좋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갑자기 억울해진다
이렇게 좋은 날에 집에서 잠이나 자고 있었다니
밖에서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날씨다
혼자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밥 챙겨 먹는 일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식욕이 왕성했었던 나지만
요 근래 들어서는 식욕보다 수면욕, 게으름이 더 우선시 되면서
하루에 세 끼는커녕 두 끼도 겨우 먹을 정도다
특히 퇴사 후 백수생활을 하면서는 식사 시간이랄 것이 따로 없어서
그나마 이전에는 점심이라도 꼬박꼬박 챙겨 먹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너무 허기져서 움직일 힘도 없을 때쯤 겨우 두유 한 팩을 수혈해주고
겨우 얻은 에너지로 끼니를 차려본다
쌈디나 코쿤, 슬리피 등등?
누구였더라, 겨우 김밥 반 줄 먹고 하루 종일 생활하는 연예인이 있었는데
티비에서 나오는 소식가들의 이야기가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
난 사실 먹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던 자타공인 미식가인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먹는 게 귀찮다니
체중조절용으로 프로틴 파우더를 먹는 게 아니라
끼니 챙겨 먹기 귀찮아서 대충 그걸로라도 영양분 섭취를 해본다
살이 너무 많이 빠져서 어딜 가든 왜 이렇게 말랐냐는 소리를 듣는다
예전에는 그렇게도 빼고 싶던 살이
이제는 그렇게도 찌고 싶다
근데 너무 어렵다, 빼는 것도 찌는 것도 맘대로 되는 게 없네
사실 알고 있었다
내가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는 이유도 다 밥 때문이다
밥을 제대로 안 먹으니깐 움직일 힘이 없는 거다
무기력함에 잠식되지 않도록 밥을 잘 챙겨 먹자
나의 보호자는 나니깐
스스로를 잘 챙기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