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호불호도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혼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을 꼽으면 열 손가락 중에 여러 손가락이 남을 정도로 대인관계가 좁아서 ‘유유상종’이라는 말을 가져올 정도는 못 되지만,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지인 중에 결혼한 사람은 딱 한 명이다. 엄마와 친오빠, 새언니, 기타 친척은 친족 범주에 들어가니 제외한다면 말이다.
지인들이 할 생각이 있는데 안 한 건지 아니면 할 생각이 없어서 안 한 건지는 자세히 취재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고 내가 왈가왈부해서도 안 되니 제쳐놓고, 어쨌든 나는 할 생각이 없고 관심도 없다. 앞으로 절대 안 할 것인지 물으면 100퍼센트 확신은 못하지만 아마 안 할 것 같다. 확신을 못하는 이유는 사람이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도 상대가 이상형이고 상대에게도 내가 이상형인 누군가를 만나 불꽃이 파바박 튄다면야 연애를 절대로 안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연애를 하다 보면 결혼할 수도 있다. 연애가 꼭 결혼으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긴 하지만, 세상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무언가를 절대 안 한다고 장담할 순 없다. 그런데 나는 연애에도 관심이 없어서…….
결혼이나 연애는 내 마음속 가치 순위에서 아주 낮은 순위를 차지한다. 일, 팬질, 취미, 엄마, 지나가는 멍멍이와 야옹이, 맛있는 초밥 기타 등등을 다 지난 후에 한 150위쯤에 있다. 어려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다. 단, 그때도 좋아하는 것으로 만족했지 사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이 쌍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이 무슨 정체 모를 결벽증인가 싶다. 그렇다고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워홀러일 때. 세 번쯤은 했다. 앞의 두 번은 일주일도 안 갔으니 연애라고 하긴 그렇고, 마지막은 1년 반 정도 사귀었다. 결혼도 생각했는데 귀국하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니 마음이 싹 사라졌다. 타지에서 살면서 외롭고 쓸쓸해서 한 연애였나 싶다.
엄마와 살고 일도 어느 정도 꾸준히 들어오기 시작하자 연애 비슷한 감정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일 자체가 사라졌다. 만남의 기회도 없긴 했다. 이성애자이니 만나려면 남자를 만나야 하는데 내 생활은 남자와 엮일 일이 드물다. 아니지,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드물다. 엄마 이외에 가장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집 앞 대형마트 내 카페의 바리스타다. 사람을 한동안 안 만나면 외로움을 타긴 한다. 가끔 미칠 듯이 외롭고 세상에 혼자 남은 기분이 들면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 놀아달라고 조른다. 징징대는 것은 싫으니까 최대한 티 안 나게, 대신 타 SNS를 감정 쓰레기통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 외로움이 연애하고 싶다로 이어지진 않는다. 바쁘게 사는 친구들이 잠깐 짬을 내서 나를 만나주려고 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보통은 새로운 일감이 들어오면 완전히 부활한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일감의 온기(?)가 그리운 것일까?
내가 특이하다는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2병도 아니고 무슨. 그저 내 가치관이 그렇다. 누군가에게는 연애와 결혼이 우선순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육아가 우선순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일이 우선순위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봉사가 우선순위일 수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이 아니라 각자 다를 뿐이다. 같은 가치를 우선순위에 둔 사람이라도 세부 사항은 다 다를 테니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이해하는 것 아닐까. 이렇게 말하면 꼭 통달한 사람 같은데, 나도 내 가치관이 우선이라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많다. 뭐, 이게 다 되면 해탈을 했지 사람으로 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