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의 마지막, 2010년대의 마지막 한 달인 12월. 서른일곱 살로 사는 마지막 달력의 날짜를 하나둘 지우는 요즘, 나는 매우 바쁘다.
검토서 이외의 번역 일이 뚝 끊겼던 몇 달 전을 생각하면 지금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바빠서 즐겁다. 노는 것 좋아하고 딴짓이라면 일등 먹지만 내면에 워커홀릭 기질이 은은히 있어서 일이 없으면 매우 우울해진다. 일이 있어야 돈이 들어오니 누구나, 특히 프리랜서라면 일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통장에 10억쯤 있다면야 일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겠지만 나는 아쉽게도 통장에 10억이 없다. 그래도 10억이 있더라도 바쁘게 일하면서 살고 싶다. 돈이 들어오는 일이 아니더라도 뭐든 할 일이 있으면 입으로는 귀찮다고 해도 즐거운 것을 보면 일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하다. 생각해 보면 10억이 그리 쉽게 생기진 않을 테니 돈 있는 자의 생활을 알지 못해 바쁘게 일하겠다느니 일이 좋다는 소리를 하는 걸까?
아무튼 요즘 왜 바쁜가. 우선 12월 말이 마감인 번역이 있고 검토서가 있고 옮긴이의 말도 있다. 이 정도면 늘 하는 정도의 분량이라 그다지 바쁠 이유가 없는데, 여기에 더해 콘서트가 있고 콘서트가 있고 콘서트가 있고 콘서트가 있고 콘서트가 있다.
왜 콘서트를 다섯 번이나 썼냐 하면, 12월에 콘서트를 다섯 번 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콘서트는 이미 다녀왔다. 콘서트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쓰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 그러나 한글 프로그램을 켜놓고 집에서 출발하는 순간, 아니지, 티켓팅을 한 순간의 설레는 마음부터 쓰기 시작하려면 말 그대로 한 보따리라서 지금 스케줄로는 엄두가 안 난다. 대신 다른 SNS에 짧게 짧게 기록해놓고 있다. 나중에 모아서 글을 쓰고 싶으면 쓰고, 아니면 팬인 지인들과 말로 주접을 떨 생각이다. 주접은 이미 떨고 있긴 하다.
콘서트 티켓팅은 두 번에 걸쳐 10월 말과 11월 초에 했다. 다른 사람 티켓팅의 용병일 때는 덜한데, 자기 티켓팅에는 흰머리가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라 티켓팅을 하면서 머리털을 많이 쥐어뜯었다. 그러면서도 12월은 즐거운 한 달이 되리라 예상했고, 지금 나는 예상했던 그 이상으로 즐겁고 벅차고 바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이게 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실력과 멋짐과 귀여움과 아름다움과 사랑스러움 덕분이고, 또 내가 비록 거북이걸음이지만 약 9년이라는 세월을 열심히 살아온 덕분이다. 내 삶에 활력을 주고 더 열심히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주는 연예인에게는 고마움을 담은 사랑을, 일반적으로는 또래보다 뒤처진 삶으로 보이겠지만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노력하고 발전하는 나 자신에게 기특함을 담은 사랑을 보내고 싶다. 음, 내 연예인은 예쁘게 웃으면서 넣어두라고 할 것 같다.
결론은 요즘 몸도 마음도 100퍼센트를 쓰면서 살아서 매우 충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마감 좀 하면 브런치의 작가님들 글도 열심히 읽고 내 글도 열심히 쓰면서, 120퍼센트로 살고 싶다. 더 열정적으로 살기 위해 요즘 운동 겸 기도도 시작했다. 체력이 달리니 일과 콘서트만으로도 벅차다. 체력이 국력까진 안 될지 몰라도 내가 더 즐겁게 사는 힘은 되어줄 것이다.
제 소소한 글을 읽어주시는 선생님들, 12월 한 달 마무리 잘하세요! 원하는 모든 것을 다 이루는 시간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