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런 하루 저런 하루

by 도담도담



요 며칠 컨디션이 어중간하다. 아주 바닥을 친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상쾌하지도 않아 좋다고 하기 어렵고 나쁘다고 하기도 어려운, 그래서 어중간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컨디션으로 지내고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은 원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눈이다. 형광등만으로는 빛이 부족한지, 책상에 앉아 있으면 너무 어둡다. 형광등 갓을 벗겼는데도 어둡다. 원서는 안 그래도 글씨도 작지 않나. 게다가 조금 복잡한 한자는 그냥도 잘 안 보여서 골치 아프다. 책상 스탠드는 있는데, 전원을 연결하지 않으면 30분도 버거운 노트북 옹 때문에 내내 전기를 쓰니까 스탠드까지 연결하기 좀 그래서, 최대한 안 쓰고 버텨보는 중이다. 이러다가 눈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면 전기 아낀 값보다 더 큰 값을 치러야 하겠지만, 왠지 나는 괜찮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오늘도 눈을 혹사한다.

역시 라식은 하지 말 걸 그랬다. 이미 해버린 것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모래알이 버적거리는 괴상한 느낌이 들 때마다 후회라는 녀석이 고개를 든다. 일할 때나 밤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볼 때면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잊지 않고 착용하지만 라식과 함께 찾아온 안구건조증이란 녀석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오른쪽에 도수를 넣은 탓에 오래 쓰고 있으면 시력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착각이겠지만 원래 사람은 착각하고 사는 동물이니까. 분리형이어서 눈알을 쏙 빼 시원한 용액(뭔지는 모르겠다)에 담가 세척하고 다시 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으니 생각날 때마다 눈 운동을 하고 초록색을 봐주는 수밖에. 다행히 야트막한 뒷산이 있어서 초록색은 늘 있다. 앗? 그러고 보니 지금 겨울이네.


두 번째는 졸음이다. 나는 눈을 뜬 그 순간부터 졸음과 사투를 벌인다. 졸리고 피곤하지 않은 시간은 하루에 한 10분 정도? 이게 심장이 약해서란 소리도 있고 수면 질이 낮아서 그렇다는 소리도 있는데 아마 어떤 한 가지 요인 때문은 아니고 복합적이려니 싶다.

콘서트나 뮤지컬을 보러 가도 공연 시작 1분 전까지 졸리고 피곤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나온 순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 '졸음이 뭐예요? 피곤이 뭐예요?' 상태가 되어 굶주리고 졸리던 몇 시간 전의 나는 거짓말처럼 생기발랄 1년은 어려진(양심상 10년이라고는 못하겠다) 내가 있어서 인체란 참 신비롭다 싶지만. 그래서 이젠 지인도 피곤하다고 해도 걱정 안 한다. "어차피 오빠 나오면 눈 반짝반짝할 거잖아요?" "네, 오빠 잘 봐야죠."

겨울이라 창문을 꼭꼭 닫고 있어서 더 졸린 것 같다. 하지만 추워서 열진 못하겠고, 그렇게 끊으려고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지만 끊지 못한 커피를 열심히 홀짝인다. 마셔도 졸음이 쏟아지지만 왠지 마시면 덜 졸릴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달까. 늘 배신당하면서 이 기대감은 참 꾸준하기도 하다.


위의 두 가지는 내 인생에 꾸준히 따라오는 신체적 문제인데, 달리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 말고 나머지는 다 그럭저럭 괜찮다는 소리다. 오, 지금까지 몰랐는데 나 알고 보니 꽤 건강체였구나. 서른몇 해 만에 새로운 발견이다.

어려서는 위장이 그렇게 안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지간한 것은 다 잘 소화한다. 철도 씹어 먹을 나이가 10대가 아니라 30대였나 보다. 어려서 위장 때문에 고생했던 원인은 알고 있다. 대체 왜 그랬는지 지금은 이해가 안 되는데, 가루로 된 소화제가 맛있어서 심심하면 부엌 찬장을 열어 몰래몰래 먹었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은데 소화제를 털어넣었으니 위가 당연히 태만해질밖에. 지금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아니면 웬만해서는 약을 안 먹으려고 하니 오히려 몸이 건강해졌다. 역시 몸은 좀 굴려야 건강한가? 그렇다면 앞으로도 열심히 굴려야겠다.


이렇게 좋은 듯 나쁜 듯한 다양한 하루하루를 열심히 쌓아가는 중이다. 매일 똑같은 루틴 같아도 그날을 사는 나는 어제와 연속성을 지닌 다른 존재이니 나의 하루는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은 또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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