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꿈이 현실보다 먼저 오는 순간을 겪는다.
단순히 낯선 풍경을 꾸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실제로 마주하는 장면들이 꿈속에서 먼저 스쳐간다.
발령을 받기 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매장의 내부를 꿈에서 본 적이 있다. 꿈속에서는 구체적인 진열대와 통로가 보였는데, 며칠 뒤 실제로 발령을 받아 그곳에 서게 되었을 때 나는 멈춰 섰다.
낯설어야 할 공간이 낯설지 않았다.
이미 꿈에서 본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나 처음 만나는 사람의 행동도 마찬가지였다.
꿈속에서는 흐릿했지만, 현실에서 똑같은 행동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 순간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이미 꿈에서 지나갔던 장면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또 놀란다.
처음엔 단순히 신기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자,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라고 느꼈다.
어쩌면 꿈은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세계를 미리 비춰주는 창일지도 모른다.
내 마음 깊은 곳에 쌓여 있던 조각들이 꿈으로 흘러나오고, 현실에서 뒤늦게 그것을 확인하는 것일지도.
그래서 요즘 나는 꿈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때로는 예지몽이 되고, 때로는 글의 씨앗이 된다.
내 안의 세계가 건네는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