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채운 자리
작은 연못이 있었다.
한때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개구리 소리가 메아리치던 곳이었다.
하지만 계절이 지나고, 태양이 오래 내리쬐자 연못은 점점 메말라 갔다.
물이 사라지자 풀들도 시들었고, 노랫소리도 하나둘 사라졌다.
남은 건 갈라진 땅바닥과, 옛날의 반짝임을 기억하는 연못의 마음뿐이었다.
어느 날 저녁, 소녀가 연못가에 앉았다.
작은 물병을 열어 남은 물을 살짝 부어 주었지만, 금세 흙에 스며들고 말았다.
연못은 여전히 바닥을 드러낸 채, 적막만 감돌았다.
소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너도, 외롭지?”
연못은 대답할 수 없었지만,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메마른 갈라짐 위에 작은 흔적을 남겼다.
밤이 깊어졌다.
하늘에 달이 떠올라 은빛 물결처럼 빛을 흘렸다.
달빛은 연못 바닥까지 스며들어, 메마른 틈새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 순간, 소녀의 눈가에서 한 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다.
작은 눈물 한 방울이 연못으로 스며드는 찰나, 바닥에 고요한 파문이 일었다.
파문은 점점 원을 그리며 번져 나갔다.
갈라진 흙바닥이 서서히 촉촉해지더니, 어디선가 샘물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은빛 달 아래, 연못은 다시 반짝였다.
소녀는 놀라 두 손을 모았다.
“다시 살아났구나.”
연못은 출렁이며 대답하듯 달빛을 품었다.
메마름은 끝이 아니라, 기다림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 작가의 말
메마름은 끝이 아닙니다.
그 자리는 언젠가 다시 채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