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시리즈] 가을 - 낙엽.

떨어짐은 끝이 아니다.

by dodamgaon

바람이 불자, 나무 위에서 노란 잎 하나가 툭, 떨어졌다.

잎은 허공에서 빙글빙글 춤추며 천천히 내려앉았다.

그 낙엽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발밑에서 “바스락” 소리가 났다.


낙엽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고, 마치 장난스레 웃는 듯 흔들렸다.


걷다 보니,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는 낙엽을 한 곳에 모아 큰 더미를 만들곤 했다.


그리고 불을 붙이면, 바람을 따라 불꽃이 사르르 일어났다.

불꽃 사이로 고구마가 익어가며 달콤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면, 우리는 서로 웃음을 터뜨리며 손을 내밀었다.


낙엽은 그때도, 우리에게 따뜻한 불과 웃음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 내 발밑에 있는 낙엽은 불꽃이 되지 않았지만,

바람에 실려 마치 속삭이는 듯 들려왔다.


“우리는 사라지는 게 아니야.

겨울을 덮고, 흙이 되어, 뿌리를 감싸 줄 거야.

그리고 다시 봄을 부를 거야.”


손바닥 위에 올린 낙엽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떨어진 낙엽이, 작은 거름이 되어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낙엽에게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떨어짐은 끝이 아니구나.”


낙엽은 바람결에 살짝 흔들리며, 꼭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 작가의 말

낙엽은 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을 품기 위한 기다림입니다.

가을의 떨어짐 속에 이미 봄의 시작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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