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시리즈] 색연필

형형색색의 꿈

by dodamgaon

책상 위 연필통 안에는 색연필들이 고요히 누워 있었다.

짧아진 것도, 아직 길고 반짝이는 것도 있었다.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색연필은 깊은 잠에 들어 있었고,

끝이 닳아버린 색연필은 오랫동안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종이 위에 색이 스며들면 세상은 금세 달라졌다.


빨강은 따뜻한 태양을, 파랑은 시원한 바다를,

초록은 푸른 숲을, 노랑은 환한 햇살을 불러왔다.

색연필들이 만나 서로 어울리자,

작은 종이 위에 새로운 풍경이 하나둘 살아났다.


밤이 깊어가자, 아이는 잠이 들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 연필통이 살짝 흔들렸다.


색연필들이 깨어나 서로를 부딪치며 속삭였다.

그들이 종이 위를 굴러다니자,

달이 떠오르고, 꽃이 피고, 무지개가 걸렸다.

형형색색의 빛이 어둠을 가득 메웠다.


아침이 밝았다.

책상 위 종이에는 알 수 없는 그림이 완성돼 있었다.

내가 그린 적 없는 풍경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작가의 말

색은 단순한 빛깔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또 하나의 언어입니다.

형형색색의 작은 선들이 모여, 우리의 풍경이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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