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을 다녔던 내 직장얘기.
판매직으로 근무하던 인력에게
5년 이상 된 사람들에게 정직원이 되는 기회가 주어줬다.
소소하게 점장 추천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채용된 사람을 새로 온 매장에서 알게 됐다.
신입 때 판매 주임으로 팀장님이라고 불렀던 분을
여기서 부장님이라고 부르게 된 거이었다.
전산은 하나도 알지 못하는 부장님..
거기다 본인이 해야 하는 고정자산 체크를 내게 미뤘다.
그래도 한 때 잘해주셨던 분이라 참고 견뎠고,
그렇게 몇 개월 같이 근무하다가 다른 매장으로 떠났다.
마찬가지로 새로 온 부장님도 같은 케이스였다.
판매를 오래 했다는 명분으로
정직원이 되어, 밑에서 하나씩 단계를 밟고 올라오는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했다.
나도 속으로 욕을 했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전산을 모르는 것에
불만이 있긴 했다.
똑같은 경력직이지만 다른 선택을 한 팀장님도 계셨다.
여기서 나는 평생을 '팀장님'이라는 칭호로 부르는 팀장님을 만나게 됐다.
가족의 소중함.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며,
인생을 멋지게 사는 팀장님.
팀장님은 항상 나를 이름 성에
앞글자 떼고 뒤에
'뚱'을 붙였다.
그리고 또 다른
'선생님'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게 된다.
내가 발령받기 며칠 전부터 점장님은
그 팀장님을 포함해 직원들에게
"일 잘하는 친구가 올 거다"라고
미리 얘기하고 다니셨다고 했다.
부담도 되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카운터 정리부터 시작했다.
가면 항상 하는 통과의례가 된 버릇이다.
점장님이 그렇게 기대를 높여놓은 터라,
다들 처음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얘가 진짜 잘하나?'
생각하는 게 보였다.
나는 점장님 백업. 부장님 백업을 넘어
전 직원들을 백업했다.
팔아오는 상품이 문제없도록 배송이 나갈 수 있도론 하거나, 전화를 받는 둥. 많은 일을 했고,
그러다 못 구하는 상품에 재고를 구하면서부터
직원들은 그저 내가 하는 말이라면서 믿어주게 됐다.
그렇게 했더니 어느새 점심때가 되면
"밥 먹으러 가자" 하면서 챙겨주셨다.
이때부터 두통이 시작됐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기억하려는데
신경 써서 그런 거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다.
나보다 한 달은 먼저 들어온
갓 20살이 된 여자애와
동갑 남자애가 있었다.
(한 참 뒤, 이 둘은 내게
사귄다는 사실마저 들키게 된다.)
장난이 극에 달해,
등짝을 세게 때리다가 나 스스로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었다.
맞은 애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서로가 어이없는 웃음소리를 냈다.
당연히도 여기 있던 여직원은 나와
트레이드가 되어 섬으로 가게 됐다.
그 여직원이 어느 날 내선으로 전화를 했다.
"언니, 얘 왜 이렇게 잘해요."
내가 가르쳤던 아이에 대한 업무 칭찬이었다.
듣고만 있어도 흐뭇해지는 상황 속에 통화를 마쳤다.
20살 여자애는 나와 친해지려고 몸을 쭈뼛거렸다.
그 모습을 보던 점장님이 20살 여자애를 가리키며
"얘 가르쳐 줘, 정직원 만들 거야."
라고 내게 얘기했고, 난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채 어색하게 웃었다.
웃으며 날 보는 아이,
난 어색한 미소로 점장님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이미 2년을 손, 발맞추면서 일한 점장님은 단박에
내 표정을 읽고는 말했다.
"가르쳐야 쉬는 날 편하게 쉬지."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PPT 파일을 만들어 아이에게 건네고 익히라고 하고는 뒤에서 지켜봤다.
두 번 정도 묻는 전화가 있었지만,
그 뒤로는 전화가 없었다.
내게 자기가 잘못했는데 언니가 욕먹는 게 싫다는 말을 전해왔다.
생각이 깊은 아이였다.
아직 친구들은 취업하지 않았다는 말에 나는 이 아이에게
얼마를 버는지,
복지는 어떻게 되는 지를 설명해 줬다.
그렇게 그 아이는 점장님의 능력과
미리 배운 업무 덕에 정직원이 되었다.
나도 여기서는 경리가 처음이었다.
전 근무지랑 다른 업무가 하나 있었고, 딱 한 번 물어보고, 빠르게 습득했다.
색다른 업무를 배운다는 것은 내게 가장 큰 흥미였다.
먼저 매장에 있던 본사 정직원이지만.
매장으로 파견된 동갑 남자애와 이 아이를
동시에 가르쳐주던 어느 날
본사 정직원 남자애가
매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 떠났다.
[누군가 떠나면 누군가는 들어온다.]
이번에도 동갑인 신입 정직원 남자애가 왔는데 정직원이 된 지 2개월 차에 20살 아이와 동기라는 말을 했다.
동갑이지만, 선배로써 나는 맞는 말로 쏴 붙였고.
금방 매장에서 직원들과 익숙해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어느 날.
휴대폰만 판매하는 동갑 남자애가 또 들어왔다.
동갑 남직원이 3명인 상황.
휴대폰만 판매하는 남자애에게 오지랖을 부렸다.
"이 나이에 왜 파견직이냐. 정직원이 되어야지.
미래를 생각해."
네 말이 충격이었는지
바로 정직원 채용을 신청하지만
한 번은 떨어졌다가.
정직원으로 합격하게 된다.
몇 개월 뒤
본사 정직원 겸 여직원이
들어오면서 밥솥 판매 여직원이 같이 들어왔다.
동기로 말이었다.
여자 아이가 하는 그대로 이 둘도 나를
"슨생님"으로 불렀다.
여직원 5명인 상황 속에서 나는 점장님께
"여직원 회식하고 싶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고.
법인 카드를 받아 자리를 만들었다.
루프탑이 있는 곳으로 가서
샹그리아 한 잔씩, 음식까지 같이 주문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떨면서 가까워졌다.
출근하면 진열대 가운데 숨어 모여서 수다를 떨었다.
밥 먹거나, 화장실 가는 걸 빼고는 카운터에서는
어린 여자애와 붙어있는 채
알고 있는 모든 걸 가르쳐줬다.
나랑 휴무를 따로 짜야하는 어린 여자애를 두고,
둘과 함께 날짜를 맞췄다.
(미리 언질을 했다.)
얘네들과도 이태원으로 놀러 갔다가
연예인(배우). 군복무 중 휴가를 받은 [강♡늘]를 봤었다.
셋이 눈이 동그랗게 변했지만 호들갑을 떨지 않았던 게 천만다행인 순간이었다.
그러다
동갑 남자 중 한 녀석이 껌딱지 중 한 명에게 호감을 보였다.
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나는 고민 없이 소개를 해줬다.
껌딱지들과 녀석과 송도에서 열리는 유명한 축제에
간다는 얘길 꺼냈는데 지나면서 한 얘기였는데
듣던 직원들이 다합류했다.
모여서 술 먹고 웃긴 상황이었다.
또 어느 날은
마음 맞는 직원끼리 물놀이를 하러 가기로 했다.
신나게 돌다가 아픈 머리에 침대에 쓰러졌다.
바비큐 먹을 때는 극적으로 살아나서 다행이었던 날로 기억한다.
이렇게 추억이 많던 이 아이들이 먼저 떠나는 일도 있었다.
내가 또 배울만한 언니와,
나와 엮인 듯 안 엮인 듯 정직원을 퇴사한 언니.
이렇게 둘이었다.
대표가 방문하면 하는 매뉴얼이 있는데
모든 정직원은 매장의 상황을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
항상 토요일만 되면 출근해서
점장님 앞에서 발표했다.
그게 빛을 발하는 날이 찾아왔다.
대표님이 매장 행사에 온 것이었다.
'선임' 두 글자에 음료를 드리려고 들어온 내가
발표를 하게 됐다.
발표까지 무난하게 성공했다.
거기에 내가 가지고 있던 수첩에 따로 받기까지 했다.
그게.. 많이 잘 못됐다.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고,
미안할 때쯤
다행히 뉴스 사건이 하나 터지면서
점장님만 응대하는 거로 바뀌었다.
팀장님의 아이가 매장에 놀러 왔다.
언니들과 예뻐하다가.
아내분과 친해지게 되었다.
매장에 왔다 하면 포옹하거나 간식을 챙겨주고.
용돈도 줬다.
거기에 또 일도 잘한 덕에
팀장이 사주는 참치를 언니와 동생과 함께
많이 얻어먹었고,
본인이 아는 맛집부터 친구가 하는 식당까지
다양했다.
그전까지 집 = 일. 이렇게 만 틀이었던
내 세상에 맛집이라는 세상이 추가 됐다.
27살에 말이었다.
점장님이 진급 관련 물었지만.
이 당시 내 목표는 "지사에 경리 총괄"이 꿈이었기에
거절했다.
그리고 이 거절을 2년 뒤 후회하게 된다.
이 매장에서
내 이름에 앞글자 성을 떼서 "*뚱, *슨생님"
이렇게 불리면서 4년이 지난 어느 날.
이번에는 내가 먼저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났다.
신규. 오픈
바로 건설 중인 매장이었다.
하필 또 그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