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앞에는 언니와 오빠들이 잔뜩 서 있었고,
그 앞에 낯선 아저씨 한 명이 나와 말을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계속 서 있으려니 다리가 아파왔다.
그렇게 지루함이 계속되자,
나는 견디지 못하고 아빠의 손을 마구 흔들며 말했다.
“아빠, 나 다리 아파.”
아빠는 내 등을 어루만지듯 토닥이며 말했다.
“조금만 참자.”
그다음,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000.”
언니의 이름이었다.
나는 괜히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언니가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모르는 사람에게 말했다.
“헤헤, 우리 언니예요.”
그 사람은 잠깐 놀란 얼굴로 나를 보더니 웃어 보였고,
아빠는 옆에서 말을 더듬었다.
박수가 크게 터졌다.
아빠가 무슨 말을 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언니는 꽃다발을 흔들며 뛰어왔고,
주변의 언니와 오빠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얼굴이 빨개진 걸 보고,
언니는 하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내 목에 조심스레 둘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