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3째주
지속가능하게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한 주였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첫 결제가 일어났을 때 느꼈던 설레는 기분은 내 마음 속에 기업 가치 1조원, 유니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면서부터 사라졌다. 그 때부터는 무엇을 해도, 어떤 성과를 이뤄도 기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처음 결제가 시작되었던 2020년 9월의 주주 업데이트를 읽어보았다. 그동안 우리가 배포한 업데이트는 80건이 넘었고, 매출 발생 첫 달 대비 이번달 MRR과 유저수는 오가닉만으로 15배 성장했다. 리텐션은 평균 13%가 올라왔다. 오랜만에 우리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다시 활기를 얻었다.
흔히 스타트업은 장거리 마라톤이라고 칭해진다. 마라톤을 하면서 물론 완주와 시간 단축에 집중해야하지만, 꾸준히 지치지 않고 완주를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토닥이고, 스스로의 노력을 인정해줘야한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는 것은 작은 성공들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우리가 열심히 이룬 성과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Every startup is an overnight success.
But it happens on 500th night.”
밖에서 볼 때 모든 스타트업은 벼락 성공처럼 느껴지지만,
벼락 성공은 첫날에 일어나는 게 아니라 500일째에 발생한다.
시차 적응을 위해 한시간 반 동안 야외 조깅을 했더니… 감기에 걸려버렸다. 감기는 2년만에 걸려본 것 같은데 오랜만에 아프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직 코로나도 안걸려봤는데 감기따위에 이렇게 앓아야 한다니. 하지만 내가 원치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고 세상은 돌아가며 일은 해야하기 때문에 이리저리리 열심히 보냈는데 돌이켜보니 만족할만큼 생산적인 일주일을 보낸 것 같긴 하다.
이번주의 low point가 감기였다면 high point는 보고싶었던 코파운더들과의 재회였던 것 같다. 개발보다 고양이 발이 최고라고 하는 일다님과 화이트보드 앞을 떠나지 못하고 신나게 이야기하는 도영님을 보니까 집에 돌아온 것 같고 좋다. 미국에서 MakeDashy의 영재님과 커피챗을 나누며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영재님은 합류한 팀원에게 이걸 항상 물어본다고 하셨다. 우리 회사가 그 때 당신에게 주어진 best option이었는지, most agreeable option이었는지.
더 나은 급여를 줄 수 있는 곳이 분명이 있겠지만 우리 회사의 미션과 성장 방향성에 공감하기 때문에 자신있게 best option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팀원들이여야 한다고. 어제 우리 리드 투자자 파트너님과 저녁을 먹는데 갑자기 떠올랐다. 화두는 왜 창업을 하는지였을거다. 사실 나는 창업이 특출나게 힘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일이 비슷하게 힘들지 않을까. Return이 더 높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방식으로 더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분명 존재하니까. 그런데 세상 다른 무슨 일을 했다 하더라도 이 팀과 함께, 코파운더들과 함께 일하지 못하니까 이게 나에게는 best option으로 느껴진다.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이유는 재회 후, 감수성에 젖어서는 아니다. 지난 한 달을 보낸 우리 팀을 되돌아 봤을 때 드디어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창업 1년 반, 2022년 여름. 프로덕트 런칭 1주년이 다가오고 있을 때 나는 엄청난 걱정에 짖눌려 있었다. 팀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두려움이다. 정말 무서운 팀은 빠르게 행동하는 팀이 아니라, 누구보다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그리고 심지어 누구보다 빠르게 행동하는 팀이다. 하지만 우리 팀은 growth와 momentum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팀의 언어를 오랜 시간에 걸쳐 회고해봤다. 매주 어떤 논의를 하고 있을까? 어떤 핑계를 대고 있을까? 우리의 행동과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어떤 단어들을 사용하고 있을까? 그리고 지워야 할 것들을 지우는데 더 오랜 시간을 사용했다. 비로소 안심이 되는 이유는 드디어 우리가 같은 맥락에서 같은 관점으로 보기 시작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빠른 성공은 허상이라는걸 깨닫고, 실패와 실수가 기본값이라는걸 받아들인 상태에서 내딛는 발걸음은 다르게 느껴진다. 더 단단하고 더 힘 있으며 더 재미있다.
시간 관리를 더 잘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고객들의 목소리를 듣고 프로덕트를 빌딩하는 iteration, 다르게 말하자면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중요한 업무에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루틴한 업무를 고정적인 시간 안에 완료하는 습관을 키우려고 한다. 정해진 시간표대로 일하는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다음 한 달간의 가장 큰 챌린지가 될 것 같다.
3월달도 잘 성장 중
새로운 프론트 엔드 개발자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저희 회사의 CEO과 CTO님의 안목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매번 좋은 인재를 모셔 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 직무상 지근 거리에서 협업을 하게 될 분이라 더욱 기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주에는 저희 팀에 더욱 잘 녹아들 수 있도록 온보딩을 도와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처음 도다에 입사했을때 느꼈던 두근거림과 기쁨, 두려움 등 감정들을 떠올려 보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챗을 통해 개발자와 디자이너 간의 어떻게 소통을 해 왔는지 설명드리고 도다만의 조직문화를 가이드 해 드리는 등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보려 합니다.
이번 주 도다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했다. 고양이들은 보통 1년마다 한 번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 도다는 건강에 별 이상이 없었지만 몇가지 유의해야 할 것들이 생겨서 앞으로 6개월마다 검진을 해야 한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나도 10년 가까이 건장검진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 건강검진을 받아야겠다.
병원 무섭다냥!
미국에서 돌아와 다시 한국에서 업무를 시작하니 똑같은 업무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이전보다 더욱 효과적이며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어떤 분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어떤 조언을 들어야 하는지 등이 요즘 명확하게 잡히고 있어서 이 부분이 신이 난다.
미국에서 배웠던 점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열심히 작성중이다. 그리고 이를 더욱 더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세일즈 딜을 클로즈 하면서도 배운 점들이 있어 이 또한 과정과 배운 점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최근에 들은 조언 중 하나가 굉장히 미시적인 액션과 메시지도 모두 AB테스트 해보며 다음 액션으로 전환되는 과정까지를 실험해보고 이를 모두 기록해두는게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이었다. 적극적으로 세일즈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며 나만의 플레이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 또한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도움과 조언을 요청했을 때 선뜻 대화를 나눠주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내가 예상했던 것 보다 많다는 점에서도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한 주 였다.
백엔드의 CRUD 로직 즉, 게시판 서버는 주니어도 포트폴리오로 만들만큼 정말 간단한 로직이지만 실무에 적용을 하려면 여러가지 까다로운 장애물에 부딪히는 것 같다고 이번 블로그&가이드 개편을 하면서 느꼈다. 이미 해봤고 쉽다고 생각해 자만하지 말고 매사에 꼼꼼하고 좀 더 성실하게 코드를 작성해야함을 느끼는 한 주 였다.
스모어를 만드는 팀원들의 이야기를 읽고
스모어가 궁금해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