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첫 투자를 받다.

안녕하세요 도다 툴이라는 갓난 스타트업의 아빠 곽도영입니다.


드디어 첫 투자 라운드를 클로징 했습니다. 그리고 창업한 지 1년 만에 드디어 독립 사무실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희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저희 도다가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네요. 아이가 걸음마를 하기까지 수도 없이 넘어지고, 울고, 무릎을 다치게 되는데, 정말 똑같은 과정을 겪은 것 같아요.


7월 말에 처음 VC분들께 이메일을 받고 나서 라운드를 클로징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9월까지는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속을 손으로 더듬으면서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기분이었다면, 이번 달은 하나의 동굴을 벗어나서 일출을 보고 있는 기분이에요.


드디어 프롤로그를 지나 <챕터 1>이 시작되네요. 모든 이야기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는 내용이 빼곡하기보다는 챕터의 숫자와 짤막한 묘사가 있듯이 챕터의 첫 장을 작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이번 달의 희로애락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희(기쁨) : 드디어 투자를 받다.

로(노여움) : 투자는 도장을 찍기 전까지 끝이 아니다.

애(슬픔) : 다음 스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락(즐거움) : 먼저 들어와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다.



희(기쁨) : 드디어 투자를 받다.


저희는 이번에 전 HYBE CTO 셨던 서우석 대표님과 KB 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를 받게 되었어요.


저희가 사업을 더욱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위버스에 방탄소년단의 제이홉 님께서 저희 콘텐츠를 즐겨주시고, 캡처를 해서 피드에 업로드해주셨던 것이었다 보니 더욱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매 콘퍼런스(주주 설명회)를 챙겨보면서 서우석 대표님의 피칭을 많이 봐왔는데, 팬분들의 편의를 기술로 계속해서 증진시켜주는 것에서 정말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서우석 대표님의 피칭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콘퍼런스中)

서우석 대표님은 이전부터 제 롤모델이었기 때문에 링크드인으로 친구 요청을 걸었는데, 감사하게도 요청을 수락해주셨고, 제가 만나 뵙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선뜻 응해주시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만나 뵙자마자 연예인을 보는 것 같이 감격스러웠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희랑 같은 곳을 보고 계시다는 것에 더욱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엔젤 투자를 조심스럽게 요청드렸고, 흔쾌히 응해주셔서 저희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존경했던 롤모델분께 투자를 받게 되어 정말 기뻤답니다.


그리고 KB인베스트먼트에서 첫 기관투자도 받게 되었습니다. 투자를 받기까지는 IR덱 검토 -> 첫 미팅 -> 예비 투심 -> 실사 -> 본 투심의 과정을 거치는데, 저희에게도 정말 길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사실 저희를 내부에서 설득해야 하는 심사역분께도 정말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그 과정이 정말 고통스럽기 때문에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을 만나는지에 대한 여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는 이지애 이사님께서 딜을 이끌어주셨는데, 첫 미팅 때 제 모든 이야기를 편하게 말씀해달라고 하셨고, IR덱 발표도 들어주시면서 긴 시간을 할애해주셨어요. 그 뒤 제가 기존에 VC분들께 발표를 할 때 사용한 덱의 문제점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셨고,  VC가 듣고 싶은 구성으로 구성하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주셨어요. 여러 VC를 만나봤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셨던 적은 처음이라 너무 감사하고 죄송했던 것 같아요. 시간을 많이 빼앗아서 죄송하다는 제 말에 이사님께서는 항상 "대표님께서는 이 과정이 처음이라서 어려워하실 수 있지만, 결국 훨씬 성장하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렇게 본 투심이 끝나고 이지애 이사님의 연락을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이사님께 전화가 왔고, "대표님... 투심 끝났습니다..."라고 정말 낮은 목소리로 말씀을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아 결과가 안 좋나요...?"라고 여쭤봤더니 이사님께서 밝은 목소리로 "잘 끝났지요!!"라고 장난도 쳐주셔서 심쿵했답니다.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을 만날 수 있게 소개해주신 DSRV랩의 김지윤 대표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VC에게 투자를 받는 것을 흔히 결혼에 비유를 하는데, 그만큼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고 신중한 과정이라는 것을 많이 느꼈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를 맡아주신 이지애 이사님께서 정말 시간과 마음을 많이 써주셨고, 그 덕에 투자의 긴 과정이 그래도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요.



로(노여움) : 투자는 도장을 찍기 전까지 끝이 아니다.


노여움보다는 힘듦과 무서움이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본 투심이 끝나고 한 시름 놓을 수 있나 했는데, 법률 검토와 방대한 양의 서류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투자를 받고 등기를 해야 하다 보니 필요한 서류가 엄청나게 많았어요. 특히 계약서에 독소조항이 있는지 반드시 법률 검토를 받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법무법인에 연락을 해서 법률 검토를 맡겼습니다.

필요한 서류 목록...

그리고 이사회 의사록부터 주식청약서, 인수증 등 처음 들어보는 용어들이 너무 많아서 이택경(매쉬업 엔젤스) 대표님께서 쓰신 투자유치 전략을 다시 읽으면서 용어들을 공부했답니다.


엄청난 서류에 무서운 마음이 들었는데, 하나씩 준비를 하다 보니 다행히  준비가 되었고, 특히 주주리걸(법인 등기 SaaS) 쓰면서 정말 편하게 이사회 의사록과 같은 등기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할  있었어요. (주주리걸을 쓰면서 너무 깔끔하고 편한 UX 놀라곤 해요.)


선배 창업가분들께서 투심 통과돼서 투자 확정이 되었다고 했을 때 "고생 끝 행복 시작이네!"라는 말을 많이 했었는데, 항상 "도장 찍기 전까지 모른다."라는 말을 들었었어요. 실제로 제게 닥치니까 감회가 새롭고 기대 이상으로 힘든 과정이라고 느껴졌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느끼는 이 주였고, 도다가 걸음마를 떼는 것이 이렇게 힘든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답니다.


애(슬픔) : 다음 스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9월 월간 업데이트의 첫 화면.

서문에 일출을 보는 기분이라고 언급했는데, 새 해에 일출을 보고 있다 보면, ‘아, 이제까지 정말 고생 많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가올 새 해에 대한 부담감이라는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듯이, 지금 저도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단거리 스프린트처럼 코 파운더들이 미친 듯이 일을 하면 나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좋은 사람들을 데려와야만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시작되었어요.


투자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면서 저희는 계속 저희의 넥스트 스텝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지?'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고, 닥치는 대로 성공적으로 HR을 하고 있는 조직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토스, 우아한 형제들, 당근 마켓 등의 HR 헤드님이나, 리드님, PM, PO 님들께 콜드 메일을 보내면서 어떻게든 만나 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만나면서 든 생각은 막연히 좋은 사람을 모시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어요. 각각의 회사들과 저희가 사업 영역과 타깃 고객도 다르다 보니, '저희 상황에 맞는' 인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결론적으로 좋은 사람을 뽑기 전에, 저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정해야 그에 맞는 분들을 모실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초기 스타트업이 하는 가장 큰 실수가 사람을 너무 서둘러서 많이 뽑아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이라고 누누이 들어왔기 때문에, 저희가 정해야 할 것들을 먼저 제대로 정하자고 생각이 모였어요.


저희가 유료 전환을 빠르게 했던 이유도 병목현상이 어디서 일어나는지를 더욱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서였고, 가장 깊게 하는 고민은 '이번 달에 저희 프로덕트를 유료로 사용하신 분께서 다음 달에도 이탈하지 않고 계속 쓰실까?'와 누누이 피드백을 받았던 '한정적인 타깃 고객의 모수를 제대로 스케일 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어요.


첫 번째 고민은 저희가 9월 15일에 정식 론칭을 했기 때문에 11월 15일이 되어야 비로소 9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유료로 구매해주신 분들께서 다시 재구매를 해주시는지에 대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현재 세운 가설은 "MBTI나 유형 테스트뿐 아니라 퀴즈도 만들 수 있다면 다음 달에는 퀴즈를 만들기 위해 재구매를 할 것이다."였어요.


그래서 고객분들께서 요즘 피드백을 가장 많이 주시고 계신 퀴즈 알고리즘을 만들어서 재구매가 일어나는 분기점인 11월 15일을 목표로 론칭을 하여 실험해보기로 했어요. 더 가벼운 방법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긴 했는데, 100분이 넘는 고객분들께서 매일매일 레벨 테스트와 퀴즈를 만들고 싶다고 말씀하셔서 방향성은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두 번째 고민은 저희가 IR을 돌면서 끊임없이 염려를 들었던 부분인데, '스케일업을 할 수 있냐'에 대한 문제였어요. 현재 상태에서 파악한 구독형 모델의 재구매를 위해서 필요한 '아하 모먼트'는 저희 툴로 만든 콘텐츠가 트래픽이 엄청나게 몰리는 '성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러면 '기존 콘텐츠가 성공적으로 트래픽을 꾸준히 모을 수 있고, 성공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음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짐 -> 재구매율이 높아진다'는 가설이었어요. 근데 문제는 콘텐츠의 '성공'은 현재 상태에서는 사실상 '알고리즘 신의 선택'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저희가 어떠한 액션 메트릭을 만들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퀴즈 알고리즘을 탑재해서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실험을 해보고 병목이 명확하다면 새로운 방법을 마련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BM의 가능성으로 구독형 모델뿐 아니라, 유저가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리는 커뮤니티 플랫폼에 저희가 플러그인으로 탑재되는 BM과, 개인 고객분들께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트래픽으로 돈을 벌 수 있는 "Creator Economy"의 BM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어요. 2가지 BM모두 저희가 뇌피셜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고객분들께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BM의 시그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나씩 실험해보고 성과를 보면서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각각이 지향하는 시장과 성장 방향성이 너무 달라서, 고민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가설들을 실험해보기 위해 최초의 사일로를 구축하려고 하고, 사일로에 맞는 분들을 모시는 것이 저희의 챕터 1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락(즐거움) : 첫 사무실이 생기고, 먼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다.


이번 글에서 가장 기쁜 일 중 하나는 저희 팀원들이 드디어 함께 모여서 일할 수 있는, 게다가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단독 공간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저희는 오픈형 공유 오피스를 사용했다 보니, 일하는 내내 마스크를 벗을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와서 오피스를 빼고 재택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재택을 하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더 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명한 단점은 사적 공간과 공적공간이 혼재되면서 번아웃이 엄청 온다는 것이에요. 집이 쉬는 공간이 아닌, 일하는 공간이 되면 단 일 분도 일 생각을 안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엄청나답니다.


저희는 마루 180이라는 아산 나눔 재단이 운영하는 공간에 입주하게 되었어요. 무려 8인실을 받게 되었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좋은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어요. 이전 공유 오피스에서 항상 부족해서 힘들었던 미팅룸이 정말 많다는 것도 너무 좋았고요. 특히, 제가 존경하는 '센드 버드'도 마루 180에 입주했었다는 것이 너무 큰 행복이에요.

우리의 첫 사무실과 이지애이사님께서 보내주신 축하 화환

좋은 사무실을 얻은 날, COO님의 지인 2분께서 저희 팀에 관심을 보였다는 말을 들었어요. 한 분은 디자이너님이시고, 한 분은 백엔드 개발자님이셨어요. 저희 브런치를 전부 다 읽어보고 너무 좋은 팀이고,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셔서 너무 뿌듯했답니다.


<블리츠 스케일링>이라는 책에서는 스타트업의 인원별로 가족, 부족, 마을, 도시, 국가 단계로 나누는데, 저희는 현재 가족 단계인 5명도 안 되었고, 첫 브런치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저희 회사인 도다를 저는 사람 아기처럼 생각하고 있고, 함께 키울 좋은 부모를 찾고 있다 보니,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도다는 이제 걸음마를 뗀, 초등학교도 가야 하고(PRE-A), 중학교(SERIES A)도 입학해야 하는 애기지만, 그 과정들이 아무리 아프고 힘들더라도 도다의 부모인 저희 팀원들과 함께라면 걱정보다는 설렘이 드는 것 같아요.


이번 글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도다가 유치원에 등원하기까지도 숱한 감기도 겪고, 때로는 크게 아파서 심장 철렁하는 일도 생기고, 또 기특한 일도 많겠지요.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도 저희 도다가 커가는 과정을 많이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ㅎㅎ


앞으로도 고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소중한 팀원들과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함께 일하셨던 분들 중 상위 10% 이내라고 확신하시는 분을 소개해주시거나 말씀해주시면 꼭 보은하겠습니다. 도다마인드에서 채용중인 모든 직군은 이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3DOjXkG


저희 팀과 만나보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info@dodamind.kr로 연락 주시면 바로바로 찾아뵙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첫 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