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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 Jul 08. 2020

나는 딸 학원비가 아깝다!!

학원 안보내고 초5 딸 키우기

나는 딸 학원비가 아깝다.


꼭 필요한 돈은 기꺼이 자식을 위해 쓰겠지만, 피땀 흘려 번 돈을 사교육에 뿌리고 싶지 않다. 힘들게 번 돈! 그래서 피 같은 돈! 사교육이라는 구멍으로 줄줄 새지 않고도 아이를 키우는 노하우를 공유할 겸 몇 줄 적어보려고 한다.


딸은 초5학년이다. 학원 원장님들이 싫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우리 딸은 학원을 단 한 개도 안 다닌다. 그리고.. 죄송한데.. 안 보내니까 더 잘한다. 영어는 인강을 본다. 피아노는 유튜브를 보고 치고 싶은 음악을 고른다. 악보를 다운로드하거나 서점에 가서 악보집을 산다. 수학은 하루에 2장쯤 문제집을 푼다. 그리고 책은 어마어마하게 읽는다.


*먼저 책 읽기!

우리 딸은 용돈을 책 읽기로 번다. 100권에 2만 원, 200권에 3만 원, 300권에 5만 원을 추가로 받는 방식이다. 만화는 안되고 줄글만 인정한다. 만화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만화까지 인정해주면 돈을 너무 잘 벌까봐(?) 지출이 감당 안되기 때문이다. 딸은 목표가 있다. 학교에서 오케스트라 단원인데 내가 악기를 안 사줬다. 그래서 자기 악기를 중고로 사겠다고 돈을 모으는 중이다. 지금은 30만 원을 넘게 모았다(55만 원을 모으면 중고로 악기를 살 수 있다).

딸의 책읽기: 냉장고에 붙여놓고 날마다 적어내려가는 책목록
왼쪽은 나, 오른쪽은 딸의 읽은 책 목록


책 읽기는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딸을 관찰한 결과, 수학이고 영어고 혼자 공부할 수 있는 힘은 독서에서 나온다. 수학 문제집을 풀고 어려운 것은 나에게 가져 오지만 대부분 혼자 풀고 채점을 한다. 설명을 읽고 문제를 푸는데 거기서 '독서의 힘'이 발휘된다. 바로 문해력! 나는 초5학년 때, 수학 문제집 답지를 베끼다 아빠한테 복날 멍멍이가 괴롭힘 당하듯 먼지 흩날리게 사랑받은 적이 있는데.. 딸은 수학 문제를 혼자 푼다. 즉 나의 유전자가 '저급'임에도 불구하고 딸이 수학을 혼자서도 잘 푸는 이유는 '책을 많이 읽어서'라는 설득력 있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영어는 인강으로 

딸은 인강으로 영어공부를 한다. 지금은 중학교 과정이고 중간쯤 진도가 나간 상태다. 주 7일이면 1일은 테스트 6일은 진도를 나간다.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진도를 나간다. 처음에 주말에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과 테스트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듯했지만 1년이 다 가니 영어 단어 암기와 문법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하다.


인강의 장점은 '맛보기 강의'를 들어보고 아이에게 맞는 선생님을 고를 수 있다는 점과 현재 진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원은 원장님과 상담하고 학원 선생님께 아이를 맡기는데, 수시로 선생님이 바뀔 수 있고 무리한 학원 숙제로 스트레스받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강은 적정한 수준에서 진도를 나가므로 관리만 잘해주면 저렴하게 퀄리티 높은 수업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점점 더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고 있으므로 인강에 빨리 적응해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미래를 위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딸 한국 책 읽듯이 영어책을 스스로 읽을 수 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시도와 적응 과정이 있었지만 어찌 됐든 스스로 공부하는 시스템 잘 갖췄다.


딸은 영어 공부도 목표가 있다. 미국에 이모가 사는데, 용돈을 모아 친척 동생과 미국에 가겠다고 한다(나도 비행기 값을 일부 보태주기로 했다). 딸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둘이서 계획을 짜느라고 매주 톡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계속 주고받기도 하고 갈 곳도 정해놓은 것 같다. 벌써부터 미국에서 사 올 기념품까지 다 정해놨다.


*수학은 문제집 2권으로

수학은 한 학기 정도만 앞서 예습을 한다. 문제집 2권으로 공부한다. 한 학기 진도를 앞서 나가는 문제집 1권과 현재 진도에 맞는 문제집 1권이다. 문제집은 딸과 함께 서점에 가서 고른다. 스스로 2장쯤 날마다 풀고 주말은 쉰다. 어려운 문제는 나와 같이 풀지만 거의 혼자서 풀고 채점하는 방식이다.


*피아노

피아노는 초2 때부터 약 2년간 학원을 다녔다. 워킹맘이고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가 안 계시니 학원 돌리기를 해야 했다. 저학년인 딸을 방과 후에도 안전하게 맡아주고 귀가시켜주는 곳은 피아노, 태권도 학원 밖에 없었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차가 아이를 픽업해 내가 퇴근할 때쯤 집에 내려준다. 날마다 30분쯤 나를 기다리고 수시로 전화했지만 그래도 잘 커줬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학원을 그만뒀는데, 집에서 심심해진 딸은 유튜브로 피아노 연주 대결하는 영상을 보더니 '흑건 백건' 악보를 구해달라고 했다. 지금은 유튜브를 보면서 흑건 백건을 혼자 연습하는데 그게 쇼팽곡이다. 딸은 학원에서 체르니 30번까지 치다 말았다.


↓↓피아노 독학하는 딸내미


↓↓↓그 사이 피아노가 많이 늘었네요

피아노는 취미로 계속 쳐주길 바란다. 그래서 가끔 피아노방에 앉아 딸의 실력을 폭풍 칭찬해주고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한지를 표현해 주고 온다.  


*아이의 돈 공부

돈 공부는 중요하다. 나는 우리 딸이 유태인처럼 자라길 바란다. 돈 공부는 '용돈을 스스로 벌 게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다. 딸은 책 읽기와 정해진 학습량을 달성하는 것으로 용돈을 번다(집안일로 용돈을 주지는 않는다. 자고 나서 이불 개기, 책상 정리, 빨래 내놓기, 자기 속옷 빨기는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그리고 명절에 받은 용돈은 자기 통장에 모아 스스로 관리하게 하고 나는 한 푼도 건드리지 않는다. 만약 목돈이 필요해 딸의 돈을 빌려 쓸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자까지 갚는다. 좋아하는 책 읽기에 목표를 정해 용돈을 주고 모은 용돈으로 무엇을 할지도 서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딸 몫으로 저축을 해주고 있다. 언제든 독립할 시기가 되면 지금 '학원비 아낀 돈'을 모아 2000만 원쯤 손에 쥐어 주는 것이 목표다. 여행이든 사업이든 대학이든 자기 뜻을 펼치고 싶을 때 돈이 너무 궁해서 시작하는 발걸음이 물 먹은 솜이불 마냥 무겁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계산해 보니, 영어 인강 비와 피아노 악보로 나간 돈 외에는 큰 아이 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없다. 아마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학교 오케스트라 방과 후 과정비가 매달 더 지출될 것 같다.


우리딸이 영재는 아니다. 대치동 키즈들처럼 공부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게 공부하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책을 많이 읽고 반짝이는 창의력과 공감 능력이 있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음악을 좋아하고 스스로 향유하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딸이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대학이든 다니고 싶으면 다니고 다른 길을 가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같이 고민하고 찾아줄 마음을 먹고 있다. 피라미드안에서 서열을 다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인생을 살고 피라미드를 뛰어 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이상으로.. 학원비가 시도 아까워 딴생각을 많이 하는 어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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