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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프 Jul 13. 2020

딸아..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영어 조기교육.. 실패담과 극복기

"영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딸이 초1 학년 때 했던 말이다.

지금은 5학년이고 스스로 영어공부를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 딸이 현재의 공부 패턴에 정착하기까지의 행적이 '자녀 영어교육'으로 고민하는 맘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 본다. (영어교육 실패담과 극복과정이라 생각하고 봐주시길~)



사실 나는 교사가 되기 전 영어유치원(SL* 등)에서 강사로 일한 경력이 있다. 사립 초등학교에서도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했었다. 테솔 과정도 수료했다. 그리고 심지어 대학교 언어교육원에 근무하면서 테솔과정 개발팀에 들어가 일한 적도 있다. 그런데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옛말이 딱 맞다. 직장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과 엄마가 되어 딸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말로 해! 무슨 말인지 모른다니까

딸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는 놀이나 노래, 동화책으로 영어를 경험하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말이 제법 일찍 트인 딸에게 영어를 '이중언어'처럼 사용하게 하려고 정말 애를 썼다. 나는 의욕적으로 한쪽 벽면을 반이나 차지하는 커다란 칠판을 장만해 아이와 영어수업 비스무리한 걸 했었다. 얼굴 표정을 그려가며 Happy, sad, angry 등 감정 단어도 가르쳐 주고 노래도 가르쳐 주고 날씨도 가르쳐 주고 영어로 집에서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다른 건 거부감 없이 재미있어하고 대답도 하고 웃어도 주는데.. 단 하나!! 영어동화책은 읽기만 하면 싫어해도 너무 싫어했다.


"한국말로 해. 무슨 말인지 모른다니까"

영어 동화책에 그림이 잔뜩 있고 글밥도 적은데, 내가 영어로 읽어주면 그림을 보며 영어를 의미화하기는커녕 한국말로만 읽어주길 바랬다. 그래도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이를 달래 가며 영어로 먼저 읽고 한국말로 해석해 주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라도 영어를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5세까지는 집에서 놀 때 영어 CD 틀어주고. 가끔 DVD도 보고, 가끔 그림카드로 영어단어 알아맞히는 게임도 하고, 대화도 계속 시켰다. 딸은 내 말을 뉘앙스로 알아듣는 듯했으나 대답은 '예스, 노, 땡큐, 플리스, 노웨이' 같이 짧은 한 두 단어 정도로만 간단하게 말했다.

Tip 1 : 영어 동화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은 꽤 효과가 좋은 영어교육방법이다. 엄마가 한국식 토종 발음이라도 괜찮다. 재미나게 읽고 그림을 보고 상황을 유추 & 엄마가 들려주는 영어를 의미화하면 제일 좋다. (돈 주고 사기 아까울 정도로) 한 두 단어만 있는 정말 쉬운 동화부터 영어동화를 시작하길 추천한다. 그런 책일수록 두고두고 읽히고 암기할 정도로 읽으면 '영어는 재미있고 쉽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 쉬운 영어 동화책일수록 빌려 읽는 것보다 집에 두고 닳아질 때까지 읽자.
*맘들께 추천하는 책: 영어 그림책의 기적(전은주 지음), 세상에서 제일 쉬운 엄마표 영어놀이(홍현희, 고은영 공저)


*영어를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게 만들다

영어동화책 읽기가 너무 좋은 걸 아는데 '한국말로만 읽어주라'는 딸에게 다른 좋은 방법은 없을까 찾아보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6살 때부터 영어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을 하루에 2시간씩 보냈다. 돈이 없었길 망정이지 더 여유가 있었다면 하루 종일 영어유치원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딸에게 영어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의 효과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니 마이너스다.(우리딸이 그랬단 얘기다. 일반화의도는 없음!)


나는 취업 때문에 영어를 정말 힘들게 배운 케이스라 딸만은 쉽게 배우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자연스러운 영어환경에 노출되길 바랬고 그것이 교실 영어에 국한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 딸만은 다를 줄 알았다.ㅜ 가물에 콩 나듯 나오는 영어 영재가 우리 딸이길 바랬고, 내 욕심은 바로 물거품이 되어 돌아왔다.


6~8세 중반까지 3년간 영어 방과 후를 다니니 레벨만 점점 높아졌다. 8세(초1 학년)에는 매주 월요일 쪽지 시험을 봤는데,  내가 중1 때 배운 compete 같은 단어를 10개씩 외우는 게 숙제였다. 같은 반에 만점 받는 애들이 속출해 내 속은 타들어갔고 날마다 집에서 한글 받아쓰기와 영어단어 공부를 시켰다.


그때쯤 딸이 "영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를 날마다 말하며 울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쏟아부은 노력과 내 정성 그리고 본전 생각까지 3종 세트로 서글픔이 밀려와 당장 그만두지 못했다. 결국 세 달쯤 고민한 끝에 학원을 끊어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었다. 3년간의 정성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다른 애들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그 후로도 우리 집 근처 영어 학원이란 학원은 다 돌며 딸한테 맞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아무리 학원을 돌아다녀도 우리 딸한테 딱 맞고 내 성에 차는 데가 없었다. 고민 끝에.. 그냥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맞다 생각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여러 맘들이 해보고 검증된 방식으로 내가 직접 하기로 마음먹었다.

Tip 2 :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아주 값비싼 선물을 아이들에게 해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영어 유치원을 보낼 만큼 여유가 있어 가정경제에 타격이 없으면 보내도 좋다. 하지만 경제적 여유가 안돼 속상하다면 아래의 추천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사실 영어유치원이 하나 생길 때마다 소아정신과 1개 생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작용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맘들께 추천하는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김민식 저) 정말 강추하는 책이다. 엄마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영어유치원을 보낼까 말까 관해 고민하시는 맘들이라면 정말 꼭 읽어보시길!!


*엄마표 영어 시작

일단 '잠수네 책'을 사고 정독했다. 책 요약본을 워드로 쳐서 만들고 프린트해, 우리 딸한테 적용할 부분을 보고 또 봤다. 그리고 바로 적용했다.

-딸 수준에 맞는 DVD를 선별해 구매했다.

-읽기 책을 샀다(ORT와 다수 그림동화책 )

-하드웨어를 구비했다 (DVD player 구매, 이동시 아빠 차에서 볼 수 있게 여러 장비, CD 케이스 등)

-흘려듣기를 했다.

-집중 듣기를 했다.

이 방식으로 초1 중반부터 4학년 중반까지 잘 버텼다. 둘째는 애아빠가 보고, 나는 첫째 옆에서 날마다 20분쯤 등을 긁어주며 집중 듣기를 했다. 집중 듣기는 아이들이 꽤 싫어한다. 그래서 날마다 비위를 추고 기분 좋게 집중 듣기를 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었다.


4학년이 되자, 집중 듣기 하는 책과 DVD 레벨이 계속 올라갔다. 그러면 쉬운 ort 2단계나 3단계를 5분 안에 몇 권까지 읽는지 내기도 하고 게임도 했다. ort 2권 빨리 읽기가 가능하니 외우기도 해서 몇 권 이상 외우면 '맛있는 것을 사준다'는 상을 걸기도 했다. 그런데 집중 듣기 레벨이 올라갈수록 딸이 눈으로만 따라 읽지 무슨 뜻인지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쯤 되니 '문법과 단어 암기'를 병행하지 않고는 더 이상 집중 듣기 책 레벨을 높이기가 어려워짐을 깨달았다.

Tip 3: 잠수네 영어는 너무도 유명해 내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잠수네 책은 영어뿐 아니라 수학도 어떻게 엄마와 공부하는지 가이드를 알려주는 책도 있고, 1-2학년, 3-4학년 이렇게 학년별로 자녀 공부법에 대한 책이 나와있다.
* 맘들께 추천하는 책: 잠수네 프리스쿨, 소문난 공부법, 수학 공부법, 초등 1, 2학년 공부법 등 다수의 잠수네 책(이신애 저)


*'문법책'과 '단어 암기 책'을 도입하고 다시 위기!

서점에 가서 문법책과 단어 암기 책을 딸과 함께 골랐다. 분명히 딸이 좋다고 해서 샀는데 이제껏 자유로운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졌으며, 명사니 대명사니 어려운 용어가 나오자 딸의 몸이 근질근질한지 가만히 있질 못했다. '문법을 설명할 때 엄마의 언성이 높아짐'을 우리 딸은 바로 알아차렸다. 단어 암기를 위해 산 책도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하기 싫어하는 모습이 역력해.. 야단도 쳤다가 타이르기도 했다가를 반복하다.. 다시 위기가 왔다. 아이는 레벨만 높아지는 문제집을 힘들어했고 나는 못 알아듣는 아이를 답답해했다.


*리틀팍스 와 호두 잉글리시를 병행

-리틀팍스는 레벨별로 영어 동영상이 탑재된 사이트이다. 자막 나오게 프린트하면 읽기도 시킬 수 있다. 1년 가입해 첫째와 둘째를 번갈아 보여줬다. 자기 입맛대로 영상을 골라볼 수 있어서 재미있어하는 영상을 시리즈로 볼 수 있다. 지금 6살 둘째도 잘 보고 있다. 영어 DVD를 구하기 힘들거나 자막 없는 짧은 영어 동영상이 필요하면 유용하다. 자극적인 영상이 별로 없고 다 교육적으로 별 지장이 없어 아이가 좋아하면 추천할 만하다.


-호두 잉글리시는 영어 말하기 반복할 수 있는 교육용 게임이다. 중간중간 문제도 푼다. 자기만의 캐릭터가 있어 재미있을 것 같고 마이크에 크고 정확하게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유용하다. 처음 시작할 때 아이가 게임을 좋아하게 될까 봐 염려되기도 했는데 우리 딸은 한 두 달 정도만 반짝하고 더 이상 하고 싶어 하지 않아 몇 달 끊은 것이 아깝기도 했다. 게임형이라 좋아하 흥미 있어하는 아이들이 있을 거라 생각된다.


*인터넷

인강에 대한 문의와 이견들이 댓글로 달려서 이 글을 쓰는 것이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다. 우리 딸에게 맞는 것이지 모든 아이에게 맞지 않을 것이라는 걸.. 꼭 말하고 싶다. 나도 인강을 듣고 수능도 보고, 임용고시를 공부했지만 인강 듣는 시간은 절대로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다. 인강에서 본 내용을 정리하고 스스로 체화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함을 먼저 알려드린다.


우리 딸이 본 인강은..

-EBS 초목달 사이트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아 들은 강좌이다. 딸이 몇 개월 정도 도움을 받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EBS 강의를 신뢰한다. 내가 EBS를 보고 두 번째 수능을 준비했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내가 토종 한국인이지만 영어회화가 가능하고 영어특기자로 두 번이나 해외로 단기 파견을 나갈 수 있었던 많은 공을 EBS로 돌리고 싶다. 저렴하면서 좋은 강의가 정말 많다. 실제로 내가 토익 공짜 강의를 많이 들었다.   


-캐리 홈이라 사이트가 있다. 맛보기 강의를 유튜브에서 직접 보고 골랐고 우리 지역에서 아무도 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상담 전화 걸어 시작하게 된 것이 1년쯤 되었다. 6일 강의를 듣고 1일 화상으로 매니저에게 배운 내용을 체크를 받는다. 문법과 단어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법과 단어 암기를 놓고 사춘기 자녀와 씨름하기 힘든 엄마라면 추천한다. 우리 딸과 나도 만족한다.


(*회화는 미국에 사는 친척 언니와 줌(zoom)으로 화상대화를 1주일에 1회 정도 한다.)


이상으로 12년간 첫째 딸을 거쳐간 많은 영어 공부 방법들을 소개해 보았다. 나도 엄마는 처음이라, 우리 딸에게 영어를 제시하는 데 있어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영어책을 한글책처럼 사랑하며 읽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끝으로, 모든 아이는 각자 성향과 기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의 영어공부 방식이 적합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누군가에겐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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