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지금 내 가방에 들어있는 것들

가방, 나를 담고 있다.

by 도도예

가방, 나를 담고 있다.



옷방 한쪽에 조용히 자리한, 내 조금 작고 귀여운 가방.

우리 가족의 든든한 짐 가방이다.


직장을 그만둔 후, 주부로 나의 삶은 변해갔다.

집안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지니, 나 자신을 꾸미지 않게 되었다.

예전엔 꼭 필요했던 물품들은 점점 사라지고,

대신 가족의 자리들이 가방 안에 하나씩 들어찼다.


조금 무거워졌고, 덜 예뻐졌지만,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담고 있는 가방이다.


가방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지갑, 차 키, 립글로스와 립밤, 핸드크림, 여분의 머리끈 두 개, 머리빗(분실물), 그리고 이마트 할인권이 들어 있다.


지갑은 굳건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의 가방 수호자!

가방 없이 외출할 때도 한 손엔 꼭 이 지갑이 들려 있다.


차 키는 어제 외출하고 현관에 빼놓지 못해서 아직도 가방 속.

가방 한편을 차지한 외출의 증거다.


립글로스와 립밤, 나의 입술을 지켜주는 작고 소중한 화장품.

혈색 하나에도 기분이 달라지니, 빠지면 허전하다.


핸드크림, 건조할 때 꼭 바르고 싶은데 찾으면 없을까 봐 항상 챙긴다.

든든한 동반자 같은 존재다.


머리끈은 없으면 꼭 필요해지는 물건. 없는 줄 알고 또 하나 넣었더니 두 개가 되어버렸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머리끈이다.


머리빗은 아이의 앞머리를 정리해 주기 위한 필수품.

지금은 없다. 저번 외출 때 아이에게 줬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

반납받아야 할 가방 속 분실물이다.


이마트 할인권, 지난 장보기의 흔적.

미처 빼놓지 못하고, 언젠가 쓸모 있겠지, 하는 마음에 계속 들고 다닌다.

참, 마성의 할인권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꺼내 보니, 생각보다 내 가방 속 물건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넣은 줄 알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가족과 외출할 때는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진다.

휴대용 물티슈, 작은 간식들, 물이나 텀블러.


이 작은 가방에 이 많은 걸 넣으면 신기하게도 다 들어간다. 묵직해진 가방만큼 내 마음도 같이 묵직해진다. 그 안에서 나는, 일상에 치여 사는 지금의 나를 본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가방은 내 삶을 담고 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가방도 결국, 짐이 많이 들어가고 가벼워서 선택한 가방이었다.

가방 자체가 무거우면 짐을 넣는 게 더 버거우니까.


그럼, 언제부터 이렇게 ‘짐 가방’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나는 항상 편한 가방만 들고 다녔던 걸까?


아니다.


가방에 애정이 있었던 시절이 분명 있다.

예쁜 가방, 포인트 되는 색감, 옷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고심하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꽤 귀여운 시절이다.


그때의 가방 안엔 온통 나를 위한 것들뿐이었다.

화장품이 잔뜩 들은 파우치, 작은 거울, 무거워도 괜찮았다.

그 무게는 설렘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팩트 하나쯤은 꼭 챙겨 넣었고,

아이의 간식과 쓰레기, 영수증, 고무줄, 작은 빗까지 가방 한쪽에 항상 들어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롯이 나만의 외출이 점점 사라지면서,

가방 안의 물건들도 함께 변해버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이 가방을 정리해 보고 싶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예쁜 가방 하나를 꺼내어, 오롯이 나만의 물건들로 다시 채워보고 싶다.

오랜만에 화장품을 사볼까?

예쁜 가방을 들고 예쁜 옷을 입고 나만의 외출을 해봐야겠다.


이 작은 변화가,

다시 나를 찾아가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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