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었고?

by 느닷




잘 달궈진 프라이팬의 기름 위에 계란을 올리자 프라이팬과 기름이 요란하게 박수를 친다.

" 치이이익~ 챠르르르...."

박수소리에 맞춰 계란이 흰자부터 풀썩풀썩 춤을 준다. 그 옆에 베이컨을 일렬로 줄 세운다. 간단한 한 끼로 적당한 메뉴다. 짭조름한 베이컨 향기가 기름의 열기를 따라 주방으로 한가득 퍼져나간다. 아무래도... 계란 하나로는 부족하겠다. 그래 기왕 굽는 거 하나만 더~ 아니 하나만 더~ 어느새 계란 3개가 프라이팬을 가득 채워버렸다.


귀차니즘이 시키는 대로 간단한 끼니를 위해 꺼낸 프라이팬이건만... 계란의 바삭한 테두리가 뽐내는 자태와 공기를 떠도는 기름 냄새는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식탐을 불러들인다. 지글거리는 프라이팬 위에서 익어가고 있는 탱글한 노른자와 보들한 흰자위에 소금을 톡톡. 익으면서 살짝 오그라든 베이컨을 얼른 뒤집어 가지런히 눕힌다.


'베이컨에서 나온 기름에 양파와 아스파라거스를 구우면 완벽한 식단이겠는걸...'


잽싸게 냉장고를 열어 양파를 슬라이스 하고 아스파라거스를 잘라 베이컨이 오그라들며 양보한 자리에 얹었다. 살짝 구워진 양파와 아삭한 아스파라거스에도 소금을 톡톡. 후추도 톡톡. 아무래도 오늘 저녁 간단하기는 어렵겠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햇반을 한술 가득 떠서 베이컨 한입과 함께 음미해 본다. 촉촉한 밥알이 입안을 돌아다니며 바삭한 베이컨에 묻은 짠맛과 어우러진다. 살짝 덜 익은 계란 노른자를 숟가락으로 푹 찔러 떠올린다. 고소한 단백질이 기분 좋은 포만감을 약속한다. 약간 퍽퍽한 느낌이 든다 싶을 때 계란 흰자를 숟가락으로 쓱 잘라 먹으면 보들보들한 흰자의 촉감이 혀를 휘감는다.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쌀밥을 삼킬 때마다 낮에 있었던 불쾌한 사건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진다. 동그란 테두리가 바삭하게 잘 익은 계란 흰자의 식감을 즐기다 보니 나는 어느새 웃고 있다. 식사는 이렇게 하루를 구분지어 준다. 지금 발 딛고 있는 공간의 나로 존재하게 한다. 간단한 식사도 좋고 무거운 식사도 좋다. 끼니는 여러 의미로 유용한 행위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그대여. 맛있는 음식을 보면 늘 생각나는 내 소중한 그대여. 부디 밥은 잘 챙겨 먹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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