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심심할 틈 없는 세상

by 느닷

매일 새벽 5시 20분. 눈을 떠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소금물로 가글 하기와, 레몬차를 마시는 일이다. 거실 소파에 기대앉아 멍하니 차를 마실 때 까지도 잠이라는 녀석은 머리꼭지에서 떠나지 않는다. 서둘러 잠을 몰아내고 오늘의 문을 열기 위해 거실 카펫 위에 누워 딱딱한 폼롤러에 몸을 맡긴다. 등과 어깨에 폼롤러를 대고 이리저리 굴리다 보면 뭉친 근육이 비명을 지르며 남아있는 잠이 떨어져 나간다. 그러면 드디어 오늘의 일정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새벽수영을 가는 날도, 가지 않는 날도, 간밤에 늦게 잔 날도, 일찍 잠든 날도 매일매일 같은 방법으로 오늘을 시작한다. 하루의 문을 여는 나만의 루틴은 내가 위태로울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마음이 힘들 때, 게으름이 손짓할 때, 바쁘고 정신없을 때 고요히 오늘의 문을 여는 무의식 적인 행동은 나를 침착하게 지켜준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땅이 밀을 키우고 밀이 밀가루가 된 다음에 밀가루가 빵이 되는 긴 시간을 무사히 거쳐야 아침 식탁에서 고소함 가득한 빵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어미새가 간절한 소망을 담아 새알을 따뜻하게 품어야 아기 새가 태어나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처럼. 수증기가 하늘에 모여 빗방울이 된 다음 차가운 공기와 만나 눈이 되어 내려야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세상에 없던 나의 아들이 빵처럼, 새처럼, 눈사람처럼 내 곁에 온 것은 놀라운 일이다. 세상에 없던 내가 그런 아들을 둘이나 키워내며 엄마가 된 것은 더욱더 놀라운 일이다. 우리는 모두 기적 같은 존재이다.


청소년기의 나는 세상 고민을 홀로 다 짊어진 듯 가슴이 답답했었다. 밤마다 가수 신승훈 오빠의 노래를 들으며 순례자처럼 철학자처럼 늦은 밤을 달래다 잠이 들곤 했다. 책받침에 그려진 탤런트 최진실 언니의 예쁜 얼굴과 책상 위 거울을 번갈아 보며 미소를 흉내 내던 어린아이였다. 그러다 어느 날 최진실 언니가 자살을 했다는 뉴스 속보가 날아들었다. 사람은 그렇게 한순간에 내일을 버릴 수도 있는 존재라는 걸 처음 체득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타나토노트'를 탐닉하며 사후세계를 궁금해하다가 어른이 되었다. 실제로 교통사고를 겪고, 암투병을 하며 죽음의 곁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렇게 10대와 20대를 살아내는 동안 그 많은 날의 어떤 하루도 30대 이후의 나를 제대로 상상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벌써 40대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다. 이렇게 멀쩡히 따스한 집에서 따순밥 먹고, 예쁜 의자에 앉아 견고한 노년을 꿈꾸며 글을 쓰고 있다. 심지어 내일도 모레도 이곳에서 이렇게 일상을 살아낼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무탈히 살아낸 오늘이 기특하고, 나에게 주어질 내일이 기대된다.


세상은 지루할 틈이 없는 신기한 곳이다.





오늘의 그림책은 '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 신시아 라일런트 / 문학과지성사' 입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지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세상의 아름다운 섭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글과 그림을 찬찬히 감상하다 보면 자아존중감이 드높아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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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생겨요 / 신시아 라일런트 /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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