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디서 진짜 '나'를 찾고 있나요?
나는 제법 착실한 사람이다. 시간도 약속도 비밀도 잘 지킨다.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 주었고, 직장에서는 신뢰를 얻었다. 옆집에게는 다정한 이웃이고, 친구들에게는 유쾌한 말벗이다. 뭐가 문제였냐 묻는다면 문제는 없었다. 다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똑같은 안경을 끼고, 똑같은 횡단보도에서, 똑같은 노을을 보며, 똑같은 초록 불을 기다리고 서 있는 내가 다람쥐 같았다. 문제없는 일상을 위한 챗바퀴를 돌리는 다람쥐.
누군가는 무탈함을 감사의 미덕으로 승화시키기도 하지만,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쨍하게 높은 하늘에 무심히 지나가던 비행기의 꼬리를 올려다보던 날. 나는 그냥 삐뚤어지고 싶어졌다. 단순무식한 나는 일단 마음을 먹으면 그냥 직진한다. 처음에는 소심한 일탈로 시작했다.
일단 가사노동 대표주자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밥은 배고픈 사람이 만들어서 차려 먹는 걸로. 화장실은 쓰는 사람이 청소하는 걸로. 빨래는 입을 사람이 가져가 개고 정리하는 걸로. 방은 주인이 관리하는 걸로. 공부는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하는 걸로. 물론 일사불란하게 변화가 따라오지 않았지만 시간에게 바톤을 넘기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출근길을 반기는 운동장도 네모, 온종일 일하는 도서관도 네모, 눈 빠지게 들여다보는 모니터도 네모. 내 세상은 가지런히 정리된 서가의 네모난 책들처럼 반듯하다. 휴식이라도 어디 헐렁하게 늘어진 곳에서 보내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까지도 네모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기껏 찾아간 곳이 네모난 극장이었다. 하지만 영화 아바타 2편 속 주인공들이 헤엄치는 장면을 보며 나는 발견해 버렸다. 엉뚱하지만 첫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렇게 물속을 누벼야겠다. 프리다이빙을 하러 가야겠다! 내가 늘어져 있을 수 있는 곳은 물속이구나!
경북 안동의 뿌리 깊은 보수교육을 받고 자란 유교걸인 내게 다이빙 수트는 가히 도전적이었다. 너도 나도 온몸에 착 달라붙는 다이빙 수트를 입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쌩얼로 인사를 나눴다. 물방울이 소리 없이 찰방 이는 수영장 타일 위에서 나는 당최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수경을 매만졌다. 하지만 수심 10m의 수압이 건네는 묵직한 환영을 받으며 숨을 참는 동안 나는 프리다이빙이라는 신세계에 눈을 떴다.
처음엔 정말 욕심 없이 시작했었다. 모든 장비를 일괄 대여하는데 15.000원이면 충분했다. 분명 돈이 많이 필요한 스포츠가 아니었는데 어느새 다이빙 수트, 마스크, 스노클, 핀, 삭스, 장갑, 웨이트, 이것들을 담을 전용 가방까지. 내 이성의 범주 밖에 있는 또 다른 자아가 내 월급을 수시로 털어갔다. 이렇게 장비가 늘어나는 만큼 물속에서 보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고성으로, 창원으로, 울릉도로, 거제도로 맑고 깊다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쫓아다니다 보니 자격증도 따고, 메달도 따며 즐거움의 지평이 넓어졌다. 비록 통장은 텅장이 됐지만 다람쥐의 삶이 찬란해지는 값 치고는 제법 겸손한 지출이라 강조하고 싶다.
오늘의 브런치는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 피터 브라운 / 사계절’ 그림책을 참고해서 만들었습니다. 호랑이씨는 틀에 갇힌 도시에서 틀에 갇힌 사람들과 사는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호랑이씨는 즐겁고 자유롭고 싶은 소망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지요. 또 주변을 자극하며 결국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나’에게 집중하되 주변과 소통하는 태도를 통해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재미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