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의 조상님 같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다른 행성에도 다른 생명이 살고 있지 않을까?' 궁금해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이 궁금해서 별과 행성에 대해 공부하고, 천문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다음 꼭 그 별에 방문해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부모님은 그런 엉뚱한 꿈을 격려해 주고, 집 근처 도서관을 소개해 주셨다고 한다. 그리고 도서관의 사서는 '별'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며 어린 칼 세이건의 호기심을 채워주었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칼세이건은 이런 부모님과 사서를 만난 것이 자신에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는 아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어른, 아이의 질문에 바로 답해주기보다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어른. 그리고 인류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지식의 토대가 도서관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기에 운 좋게도 천문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앞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내 아이에게 질문에 질문으로 답해주는 부모였는가... 사서로서 나는 어린 이용자들의 호기심을 잘 들여다 보아 준 사서였나...
내일모레가 어린이날이다. 음식도 물건도 흔한 세상이라 어떤 장난감이나 옷을 사 줘도 기쁨과 감사의 유효기간이 짧다. 칼 세이건만큼 굉장한 학자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어린이날에는 아이에게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해 주는 건 어떨까? 여유를 선물하려면 내게 여유가 있어야 한다. 이번 연휴에는 무얼 하는 것 말고 덜어내고 비워내는 시도를 해 본다면 어떨까? 어른이 바라는 아이 말고, 아이가 바라는 자신을 찾도록 응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어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거실 바닥이나,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함께 뒹굴며 수다를 나누다 잠시 졸기도 하는 노곤함 속에서 우리 모두 여유라는 선물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